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8.16 14:12 수정 : 2017.08.16 15:19

정치BAR

문재인 정부가 17일 출범 100일을 맞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대선 뒤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100일 동안 숨가쁘게,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일에 대한 평가는 ‘탈권위’, ‘소통’, ‘적폐 청산’ 등으로 요약됩니다. 국민들과 어울려 셀카를 찍고, 허리를 숙여 국가유공자와 아이들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한 찬사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문 대통령의 스타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대목일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권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을 호명했고, 이들은 그동안 속으로 삭여온 아픔과 애환을 털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 100일의 주요 장면들을 구성한 이들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입니다. 지난 100일의 주요 장면들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이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데 문재인 정부의 미래도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5월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5월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일영 사장은 “공항가족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눈물을 보였습니다.

한 환경미화 노동자는 “인천공항이 자랑하는 세계 서비스 평가 12년 연속 1위에는 청결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폭발물 의심 신고나 화재 신고, 마약이나 밀수 신고도 환경미화원들이 하곤 한다. 더 이상 우렁각시가 아닌 공항공사의 일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보안검색 요원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많은 (공항)가족분들이, 이렇게 많이 힘들다는 걸 듣고 나니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중요 국가기관에 일하는 저희를 찾아주신 거에 대해서 희망이 보인다”며 울먹였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6831명으로, 전체 직원의 84.2%에 이릅니다. (관련기사: 서비스 세계 1위, 비정규직 1위 인천공항…goo.gl/6EVbdG)

인천공항공사는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인천공항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발족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등 정규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사 시각차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노사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길 기대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내장이 훤히 비치는 물고기처럼 유려한 곡선과 과감한 직선을 바탕으로 세련되게 설계돼 있었다. 특히 여객 터미널은 5만장 이상의 유리가 사용돼 하늘과 최대한 가깝게, 하늘과 통하게끔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좀 더 투명하라고, 좀 더 반짝이라고, 매일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들여 일하고 있었다. 탑승동에만 약 5백 명, 공항 전체로 따지면 7백여 명에 달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그들이었다. 기옥 씨는 그중 한 명이었다.“

-김애란 소설 <하루의 축> 가운데

‘오월둥이’ 김소형씨와 대학생 박관현·조성만·박래전, 노동자 표정두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가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5월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김소형(37)씨는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연단을 물러나는 중이었습니다. 다른 이의 손짓으로 대통령이 앞자리를 떠나 자신에게 다가왔음을 알아차린 김씨는 뒤따라온 대통령을 끌어안고 한동안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가 온 것처럼, 아버지가 안아준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당시 느낌을 털어놨습니다.

김씨는 ‘5·18둥이’입니다.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전남 완도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김재평(당시 29)씨는 갓 태어난 딸을 보러 18일에 출발했으나 광주 외곽이 봉쇄된 탓에 나주와 화순을 빙빙 돌다 사흘 만인 20일에야 가족을 만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21일 잠시 묵었던 광주 화정동 동생 집에서 총소리에 놀란 갓난아이가 울자 아버지는 이불로 창문을 막으려다 계엄군이 쏜 총탄을 맞고 숨졌습니다. 그는 기념식에서 “5·18은 제가 이 세상에 왔던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제 아버지를 빼앗긴 슬픈 날이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그때 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라고 편지를 읽으며 문 대통령과 추모객들을 울렸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홀대받았던 5.18 기념식에 상처를 받은 5.18 유가족들과 광주 시민들은 이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5·18정신을 헌법에 담는 개헌을 할 수 있도록 국회와 시민이 도와달라”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듣고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1988년 6월4일 ‘광주를 기억하라’며 몸을 사른 숭실대생 박래전씨의 장례식이 교정에서 열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세상에 알리고 진상 규명을 외치며 숨져간 네 명의 인물을 직접 호명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저는 오늘,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라며 스물아홉살 전남대생 박관현, 스물다섯살 노동자 표정두, 스물네살 서울대생 조성만,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등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관련기사: ‘문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호명한 ‘광주 열사’ 4명 누구’ https://goo.gl/DjD7LG)

37년이 지났지만 ‘5·18민주화 운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고, 전 전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았으며, 헬기 사격이나 폭력 진압이 없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광주지법 민사21부(재판장 박길성)는 지난 4일 5월단체와 5·18기념재단, 고 조비오 신부 유족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전두환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8월13일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유공자·보훈가족·부상군인

6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과의 따뜻한 오찬’ 의 한 참석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6월15일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파독광부·간호사, 6·25전쟁 영웅 유족, 민주화 운동 희생자 등 26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저의 소신이고 분명한 의지”라며 참석자들을 향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충일 추념식에 이어 보훈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어르신과 인사를 나눌 때는 무릎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6.25 참전 용사는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면서 “우리는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래서 오늘 훌륭한 대통령이 있는 겁니다. 정말 잘해야 합니다. 잘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8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 들어서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세를 낮춰 김 할머니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14일에도 청와대로 독립유공자와 유족, 위안부 할머니를 초청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애국지사 이석규(92) 선생은 국가유공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가슴속에 있던 한마디를 꺼냈습니다.

“그동안 20년 전부터 정부가 순국선열과 생존 애국지사의 특별예우금을 지원해 주셨는데 금년에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순국선열과 생존 애국지사를 예우한다는 뜻에서 종전과 같이 환원하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유공자와 유족들은 순국하신 선열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나라를 사랑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광복절에 박 전 대통령께서 건국 68주년을 맞이해 ‘역사적 날’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은 잘못된 것이며 분명히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 건국을 세계 방방 곡곡에 선포하였으므로 1919년을 건국의 기점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6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옆에는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당시 부상을 입은 김정원(왼쪽 첫번째)·하재헌(왼쪽 두번째) 중사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6월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치러진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옆자리에는 지난해 군 복무 중 지뢰 폭발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경렬(22)씨와 2년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당시 부상을 입은 김정원(26)·하재헌(23) 중사 등이 앉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거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 곁에는 4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이 앉았는데 올해는 부상군인들이 자리한 것입니다.

‘산소통 소년’ 임성준군

지난 8일 청와대는 ‘울음바다’였습니다. 청와대로 초대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당한 뒤 겪어온 고통스러운 사연을 차례로 털어놓았기 때문이죠. 특히 산소통과 긴 줄로 이어진 호흡기를 달고 있는 14살 임성준군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꿈을 묻자, 임군은 “꿈이 없어요”라고 대답해 주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임군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돌이 지나자마자 폐에 심각한 손상이 왔고,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뒤 기도협착과 장기손상, 골다공증, 폐동맥 고혈압 등 다양한 합병증을 앓았습니다. 임군은 산소호흡기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관련기사: “12년째 산소호흡기 달고 살아요”…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 https://goo.gl/87TaSW)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이 8월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은 문 대통령에게 “그냥 마트에서 가습기를 사다 썼을 뿐인데 우리 아이가 죽었다. 20년 동안 마트에서 가습기를 팔아 왔는데 국가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인가? 우리가 비속 살인자인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는 말인가? 죽고 싶지만 남아 있는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고 절규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재수사 △피해구제 재원 확대 방안 추진 △피해자 인정 판정기준을 현행 1·2단계에서 3·4단계로 확대할 것 등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공식사과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후속입법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월2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8일 시행됐지만, 피해자 범위 중 1단계(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환 가능성 확실)와 2단계(가능성 높음)만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아 지원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3단계(가능성 낮음)와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 그리고 폐섬유화 이외 질환자도 ‘피해자’로 인정받아 지원받을 수 있게 법을 고칠 방침입니다. 또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짧은 점,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져 있는 점 등 특별법의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도 손볼 계획입니다.

가습기살균제 공식피해접수처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현황을 보면 8월11일 현재 5803명의 피해자가 피해신고를 했고 접수된 사망자만 1230명에 달합니다.

유기견 ‘토리’

7월26일 청와대에 입양된 유기견 ‘토리’가 문재인 대통령 품에 안겨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7월 26일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 등 4명은 청와대에서 ‘토리’에 대한 입양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의 토리 입양은 <한겨레>와 동물자유연대, 카라, 케어 등 동물단체가 지난 대선 때 ‘유기견을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뤄졌습니다. 토리는 2015년 개고기용으로 도살되려다가 구조된 개로 검은색이라는 이유로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인데, 한해 30만 마리가 버려지고 10만 마리가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간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을 입양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최초 유기견 ‘퍼스트 독’ 토리 덕분에 반려동물들의 동물권도 새삼 주목을 받게 된 것이죠.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