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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6 15:06 수정 : 2017.08.26 17:23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 및 간담회에 입장하며 이상민 의원(가운데), 강창일 의원(오른쪽) 등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여당 의원 오찬
추미애 “의원들, 국정성공 위한 책임의식 확고해”
우원식 “국민 삶 바꾸는 실질적 개혁 추진하겠다”
문희상 “당정청 하나라는 사실, 잊어선 안돼”
박영선 “여성장관 30% 공약 지켜줘서 감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 및 간담회에 입장하며 이상민 의원(가운데), 강창일 의원(오른쪽) 등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마련했던 1박2일 워크숍의 마지막 순서였다. 민주당 120명 의원 중 신경민·김현권 의원을 제외한 118명이 이날 정오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118명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와 정부 안착에 힘쓴 의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여당 지도부는 개혁입법과 적폐청산 작업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힘을 보태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찬에는 당 소속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했고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전병헌 민정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은 우리가 함께 거둔 승리였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가 안착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게 당을 이끌어주신 추미애 대표님과 당 지도부, 그리고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준 우원식 원내대표님와 원내지도부, 그리고 의원님들 한 분 한 분 모두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정권만 바뀐 게 아니라 국민의 삶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데 다행히 국민들께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대통령과 정부가 노력하면 되는 일들이었다. 앞으로는 입법과제가 많아서 당이 여소야대를 넘어 국회를 잘 이끌어주셔야만 정부도 잘해나갈 수가 있다”며 여당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대표가 추진 중인 ‘정당 혁신’ 작업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역동적인 참여가 있어야 당심과 민심이 하나가 되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당, 당원이 주인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정당으로 우리 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 주십사하는 희망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북한의 ‘발사체 도발’을 의식한 듯 “오늘 군사훈련 중이고 안보상황도 엄중해서 우리가 축배를 들거나 흥을 돋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함께 마음을 나누고 동지애를 확인하고 또 국정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다짐하는 그런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정권교체 이후에 국회의원 워크숍을 1박2일로 무사히 잘 마쳐주신 그래서 하나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신 의원님들 모시고 또 대통령님 모신 이 자리에 서니까 감회가 무량하다”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절실·성실·진실, ‘3실’로 대통령이 되셨는데 대통령이 되시니까 국민과 소통하고 역사와 소통하고 미래와 소통하는 ‘3소 대통령’이 되셔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의원 개인에게 법률 발의부터 통과, 대국민 설명까지 맡기기로 한 ‘의원책임제’를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며 “우리 의원님들의 국정운영 성공을 위한 책임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대통령님께서 안심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무감어수 감어인(無鑒於水 鑒於人)’, 자신을 물에다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라는 ‘묵자’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만들어내는 입법과 예산이 그저 형식적인 개혁이 아니라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래서 우리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예산과 입법이 되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권교체 이후 첫번째 국정감사와 예산을 다루는 정기국회를 힘있게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식사 중간에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잘하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 비판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이 하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당정청 조화를 강조했다.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의원은 “서울시 전역을 투기 지역으로 상정하다보니 피해보는 지역이 있다”며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면 정책적으로 섬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언했다. 설훈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8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첫째는 겸손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정책이 정의롭다 느끼기 때문”이라며 “총리·실장·장관들 보면서 저 친구면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 갖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에 깜짝 놀랐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정책적 제언과 조언도 나왔다. 박영선 의원은 “여성의원들을 대표해 여성장관 30% 공약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선진국의 경우 보육과 주거 문제를 패키지로 다룰 때 성과가 나오더라. 저출산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석 의원은 “중국이 19차 전당대회 앞두고 있는데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5년을 다지는 계기로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며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한중 관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를 존중하고 입법 단계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인 백재현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저임금, 178조 재원대책, 법인세 인하, 부동산 대책 등 많은 이슈가 있는데 이슈 예산일수록 여야가 합의하기 어렵다”며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이슈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오제세 의원은 “예산과 입법은 야당과 협심해야 가능하다. 국회 우회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 했고 당일 각 정당을 방문했다. 9월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서도 국회와 함께 모든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오부터 시작된 오찬은 오후 1시49분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소통과 탈권위, 공정과 자치분권, 환경·성평등 등 가치의 문제는 우리가 잘할수 있고 원래부터 우위에 있었다”며 “그러나 두번의 민주정부를 경험하면서 가치만 가지고는 국민 지지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절실히 느낀다. 지금부터는 실적과 성과를 통해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금방 평가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길게 준비를 해야 하고, 경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소득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복지는 대통령이 바뀌어 국민 삶이 더 좋아졌고 세금도 더 낼 만하다고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잘해왔으나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 가져야 한다. 저도 정부도 힘껏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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