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7 11:19
수정 : 2019.03.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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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1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규제입증 책임제 추진계획 및 시범실시 결과’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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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입증 책임제 추진 계획 발표
규제 이유 입증 실패하면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로
5월말까지 480여개 1단계 정비
자산 1조원 저축은행 국외송금 허용
“환경·안전 분야는 신중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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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1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규제입증 책임제 추진계획 및 시범실시 결과’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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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규제를 품고 있는 행정규칙 1780여개를 처음으로 전수조사해 필요할 경우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입증 책임제’ 확산을 주문한 데 이어,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차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입증 책임제 추진계획 및 시범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5월 말까지 480여개 행정규칙을 1단계로 점검하고, 이후 1300여개 행정규칙을 살핀다. 고시·훈령처럼 각 부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규제를 살펴본 뒤, 부처별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규제의 존치·폐지·개선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규제입증 책임제는 기업이 규제 폐지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가 있어야 할 이유를 입증하고 이에 실패하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도록 하는 조처다. 이날 발표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재부의 규제입증 책임제 시범추진 결과를 타 부처로 조기에 확산시키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 1월부터 △외국환 거래 △국가계약 △조달분야에 한해 규제입증 책임제를 시범 실시한 바 있다.
이날 기재부의 시범실시 결과를 보면, 관련 분야 총 272건의 규제 가운데 83건(30.5%)이 폐지·개선 대상이 됐다. 우선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의 해외 송금·수금 규제가 4월 폐지돼 이르면 5월부터 저축은행에서도 해외송금이 가능해 진다. 올해 들어 제2금융권 가운데, 증권사와 카드사에서 해외 송금이 허용됐지만 예금업무를 함께 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리스크 우려로 규제가 유지된 바 있다. 기재부 쪽은 “금융 위험 우려를 고려해 자본금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 21곳에 대해서만 해외 송금과 수금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별다른 입증 서류 없이 해외에 송금할 수 있는 한도도 건당 3천달러(연간 3만달러)에서 5천달러(연간 5만달러)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증권·카드·소액송금업체에서 해외로 보낼 수 있는 건당·연간 송금액도 같은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저축은행 송금 한도 역시 같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건당 3천~5천달러 송금수요가 전체의 30%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이 증권사나 카드사, 소액 송금업체를 새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시범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전 부처가 행정규칙 전수 점검에 나서게 되지만, 정부는 환경·안전 관련 핵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환경·안전 관련한 규제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원칙은 생명·안전·환경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거나 핵심적인 법·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규제보다는 공무원의 태도 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도한 행정규칙이 주로 정비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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