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5 20:48
수정 : 2017.08.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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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리 농장의 달걀 껍데기에는 ‘08 마리’가 찍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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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해 9월부터 조사
“남양주 농가 3월엔 검출 안돼
여름들어 새 살충제 썼을 가능성”
15일 규모 큰 47곳 우선조사
계란 출하량의 25%정도 담당
문제농가 추가 발견된다면
AI 오른 가격 고공행진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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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리 농장의 달걀 껍데기에는 ‘08 마리’가 찍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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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이어 국산 달걀에서도 허용되지 않은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면서 전국 모든 농가에 대한 달걀 출하 중지와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 중단 등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살충제 성분이 다른 농가에서 추가로 발견될 경우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회복하지 못한 국내 달걀 수급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 살충제 달걀 어디까지 경기도 남양주·광주의 농가 2곳에서 나온 달걀 가운데 얼마나 많은 양이 살충제에 오염된 채 시중에 풀렸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살충제를 쓴 남양주 농가는 하루 평균 2만5천개씩 달걀을 생산했는데, 시료 채취(9일) 엿새 뒤인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피프로닐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현장 조사에 나섰을 당시 농가에 남은 달걀은 1만4천개였다. 시료 채취부터 농식품부 조처가 이뤄지는 사이 10만개 이상의 달걀이 유통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다른 살충제 성분 비펜트린이 허용 기준치 이상(0.0157ppm) 검출된 광주 농장의 경우, 하루 1만7천개씩 계란을 생산해 공급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주가 언제부터 살충제를 사용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료 채취 이전부터 살충제가 사용됐다면 이들 농장을 통해 시중에 유통된 달걀 수는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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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성분은 다른 농장에서도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사각지대가 넓은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시험조사를 시작으로 올해 3월(681개 농장 조사)과 4~5월(달걀 157건)에도 살충제 성분 조사를 진행했지만 대상은 전체 농장의 절반 정도인 무항생제 인증 농장 780곳으로 한정적이었다. 무항생제 인증 과정의 일환으로 피프로닐을 비롯한 농약성 물질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반 농장 200곳이 조사 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문제 농가가 발견된 이번 8월 조사가 처음이다.
이전에 조사를 받은 무항생제 인증 농장이라도 여름 들어 새로 살충제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서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남양주 농장은 무항생제 인증 농장인 만큼 3월에도 검사를 받았지만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 7~8월 덥고 습한 날씨에 진드기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이를 퇴치할 목적으로 피프로닐 살충제를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조사 대상 980개 농장 가운데 문제 농장이 발견될 때까지 조사가 이뤄진 농장은 42곳에 불과했다.
■ AI 이어 살충제 성분까지, 달걀수급 우려 계속 농식품부는 15일 전체 산란계 농장 1456곳 가운데 규모가 큰 농장 47곳(20만마리 이상)에 대한 조사를 우선 실시했다. 이들 47개 농장은 달걀 출하량의 25%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농장은 정부의 검사증명서를 발급받아 바로 달걀을 유통할 수 있다. 물량 비중이 높은 농장부터 달걀 공급을 서둘러 재개시켜 달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다. 농식품부는 이들을 포함해 전체 농가에 대한 조사는 “짧으면 사흘 이내, 길어도 1주일 안에 마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국내 달걀의 하루 출하량은 조류인플루엔자 이전의 4930만개 수준에서 올해 8월(전망치) 3572만개까지 줄어든 상태다. 산란계 살처분 등으로 무너진 생산 기반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달걀 소비자가격 지수도 올해 1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1.9%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달 64.8%(전년 동기 대비)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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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수조사 결과 큰 문제가 없다면 수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겠지만, 문제 농장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애초 11~12월 정도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봤던 달걀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출하된 재고 달걀의 판매 가능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당장 수급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약 조사 결과 문제 농장이 다수 발견되면 장기적인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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