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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6 18:13 수정 : 2017.08.16 23:34

르포 l ‘살충제 검출’ 양주·철원 농장

“올해 덥고 습해 진드기 기승
닭들 괴로워하고 산란율 떨어져
한번 뿌렸는데 문제 커질 줄은…”
동물약품 도매상서 처방없이 구입
밀집사육탓 용법대로 살포 어려워
작년 9월 이전엔 정기검사도 안해

“올해 날씨가 덥고 습해 닭진드기가 유난히 기승을 부려 이를 퇴치하려고 분무기로 정부가 허용하는 약품을 한번 뿌렸는데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의 산란닭 농장 관계자는 “계사에서 닭과 달걀을 빼내고 약을 뿌려야 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 많은 닭을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살포했다. 매일 나오는 계란을 언제까지 폐기해야 할지 몰라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양주시는 이날 생산된 1만5천개를 포함해 최근 5일간 생산된 달걀 8만1천개를 17일 폐기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이 16일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경기도 양주시의 양계농장 출입을 막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16일 오후 찾은 이 농장은 4곳의 계사에 산란닭 2만3000여마리가 빼곡히 들어서 쉴 새 없이 모이를 쪼으며 달걀을 낳고 있었다. 이 농장은 하루 1만5천개의 달걀을 생산한다. 이 농장 달걀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5일 실시한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 0.01㎎/㎏을 초과한 0.07㎎/㎏ 검출됐다.

농장 쪽은 올해 진드기가 기승을 부리자 이달 초 경기 파주의 한 동물약품 도매상에서 살충제인 비펜트린을 구입해 닭이 있는 채로 닭장에 직접 살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생 닭은 흙에 몸을 문지르거나 발로 몸에 흙을 뿌려 진드기를 없앤다. 복도식 시설의 좁은 케이지에 갇혀 사는 산란닭은 몸을 바닥에 비빌 수 없어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이런 여건에서 농장 쪽은 진드기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양계 농장주는 “닭에 진드기가 붙으면 괴로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고, 산란율도 떨어져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것저것 바꿔가며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의 한 양계농장에서 16일 오후 산란닭들이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비펜트린 같은 살충제는 항생제나 백신과 달리 수의사의 처방 없이 농민들이 각자 동물약품 도매상 등에서 약품을 구입해 알아서 사용해도 별 제재 수단이 없다. 축산물의 경우 항생제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잔류물질 검사를 하지만 살충제는 지난해 9월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검사하지 않았다. 정부는 닭장을 모두 비우고 닭과 달걀 없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살포한 뒤 한달 이상 지나 재입식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축산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동물약품 도매상은 “약품 판매 때 사용법을 설명해주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강원 철원군 동송읍의 산란계 농장 주인은 “뿌린 진드기 약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는 몰랐다”며 “1년에 한 차례 4시간짜리 교육을 받는데 닭진드기에는 어떤 약을 써야 하고 쓰면 안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송진영 경기 양주시 가축방역팀장은 “최근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진드기 때문에 산란율이 떨어져 양계농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살충제를 사용설명서의 용법대로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일부 농민들이 한번에 퇴치하려고 이를 어기고 약을 독하게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계농장주 ㅂ씨는 “친환경인증제품만 사용해야 하는데 해충들이 내성이 강해져 웬만한 살충제로는 안 통해 입소문을 통해 더 효능이 센 제품을 찾게 된다. 조류인플루엔자 직격타를 맞은 뒤 닭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태에서 다시 살충제 달걀 파동까지 겪어 양계업을 계속 해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양주/박경만 기자, 박수혁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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