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살충제 달걀 파동’에 대국민 사과한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해 “국민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의 잘못된 대처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야당이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기도 전에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처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손발이 전혀 맞지 않았다. 살충제 성분 달걀이 생산된 농가 수를 놓고도 발표가 제각각이었다. ‘친환경 인증제’를 무색하게 한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은 정부의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오늘부터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하다”고 단언했지만 추가 조사에선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 5월에 살충제 달걀을 적발하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 또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무슨 말로 ‘식품 안전’을 얘기해도 이젠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게 민심의 현주소다. 사후 대처라도 잘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번지진 않았을 거라고 비판한다. 부처 수뇌부의 책임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류영진 식약처장은 미숙한 대처와 무책임한 발언으로 혼선을 부추기고 국민 불안을 키운 책임이 크다. 야당은 일제히 류 식약처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흘려버리긴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 지도부에서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건 국민들 보기에 무책임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보좌했던 사람들의 직무유기가 근본 문제”라며 ‘이전 정권의 무사안일주의와 적폐’에 책임을 돌렸다. 물론 이전 정부의 책임이 결코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 이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건 떳떳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기류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다리가 무너졌다고 다리를 건설한 정권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문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축산안전관리시스템 전반을 짚어보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우리 식탁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다시 없길 바란다. 국민이 먹는 식품 문제로 불안에 떠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분명하고 책임있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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