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2 14:59
수정 : 2017.08.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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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에 공개된 비펜트린 초과검출 농가. 농가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 수 없다.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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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검출 농가 번복하며 혼선
누리집엔 인증번호 정보 없이
처분 기관·대상자·기간만 공개
“숨김없이 공개했다” 거짓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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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에 공개된 비펜트린 초과검출 농가. 농가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 수 없다.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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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5월 친환경 농가 유통 달걀 조사 결과를 은폐했다는 <한겨레> 보도 이후로도, 정확한 조사 결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정확한 발표만 거듭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1일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지난 4~5월 친환경 농가 유통 달걀 조사 결과에 대해 “4건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됐는데 2건만 기준치 초과였고 나머지 2건은 기준치 이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농식품부가 살충제 달걀을 적발해놓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한겨레> 보도(
[단독] ‘살충제 달걀’ 석달 전부터 숨긴 농식품부)에 대한 공식 답변이었다. <한겨레>는 4~5월 검사 결과, 부적합 농가 1곳에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됐다고 보도했지만, 김 차관이 1곳이 더 문제가 됐다고 확인해준 것이다. 기자 브리핑 직후, 농식품부 실무자들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원래 알려졌던 충남 홍성의 농가 이외에 비펜트린이 0.12ppm으로 기준치 이상 검출된 농가가 충북 충주에 한 곳 더 있었다”고 알려왔다.
그러나 이날 밤 늦게, 이런 설명은 잘못된 것임이 농식품부 해명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식품부 간부들이 살충제 성분 기준치 초과 기준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빚어진 혼선이었다.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한겨레>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비펜트린 잔류허용 기준치(0.01ppm)를 초과한 농가는 1곳”이라고 밝혔다. 기준치를 넘긴 초과 검출 농가를 다시 2곳에서 1곳으로 정정한 것이다.
김 차관과 농식품부가 또다른 초과 검출 달걀로 지목한 충북 충주 농가의 달걀에서는 비펜트린 0.0118ppm이 검출돼 기준치인 0.01ppm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규정상 허용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것이 농관원 쪽 설명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잔류농약성분에 대해 ‘초과’를 말할 때는 기준치가 소수점 아래 숫자 개수를 맞춰 반올림한 숫자와 비교한다”며 “예를 들어 충북 충주 농가의 검출량 0.0118ppm을 소숫점 두자리까지 반올림해보면 0.01ppm이 나오는만큼 기준치(0.01ppm)를 초과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달걀’ 사태가 벌어진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살충제 성분 초과 검출의 기준을 주무 부처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날 김 차관은 “해당농가에 대한 행정처분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지만 숨기지 않았다”며 “조치한 내용은 친환경과 관련된 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 다 공개돼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농관원이 만든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enviagro.go.kr)에서 해당 농가를 찾기 위해선 ‘친환경인증번호’나 ‘행정처분 대상자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원하는 농가에 대한 행정처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살충제 사용이 문제가 됐는지, 서류가 미비했는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이유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외려 농관원 쪽은 “물건을 산 소비자가 물건에 적힌 인증번호를 보고 처분을 받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 물건을 사지 않고 이리저리 검색해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일이 모든 관련정보를 적을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당시 검사에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농가를 찾아봤더니, 행정처분 기관과 처분 대상자의 이름, 처분 기간만 나와있을 뿐이었다.(사진) 달걀을 생산하는 곳인지, 다른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운 누리집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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