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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2 19:40 수정 : 2017.08.22 22:09

①불신 가득 컨트롤타워
농식품부-식약처 ‘엇박자’에 “관리체계 일원화” 주장 나와
“진흥과 규제 묶으면 안돼” “차관급 식약처장은 한계” 반박
일본·EU처럼 식품안전위에 조사권 줘 실행력 강화시켜야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현재 식품안전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식품생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안전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연일 쏟아졌다. 이달초부터 농식품부는 달걀 살충제 잔류여부에 대해 대규모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류영진 식약처장은 이를 모른 채 “국내산 달걀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 5월 농식품부의 자체 조사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적발됐는데도 식약처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법·제도적으로는 버젓이 식품안전 컨트롤타워가 있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농축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는, 농가에서 집하장에 이르는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가, 그 이후 유통 단계는 식약처가 맡고 있다. 앞서 2013년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을 총리실 산하 식약처로 승격해 부처별로 분산돼 있던 식품안전 관리 기능을 통합했지만, 그 이후로도 실제 현장 업무는 농식품부에 위탁하는 형태로 맡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농식품부가 현장 농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수행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안전검사를 수행할 조직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업무가 분산된 상태에서 두 부처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지 못하자, 이원화된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단순히 관리업무를 일원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농식품부는 경제부처로서 산업을 진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반면, 안전은 산업을 규제하는 것이라 성격이 다르다. 농식품부로 안전 관리가 이관된다면, 안전이 산업정책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낙연 총리가 “안전업무 일원화는 제식구 감싸기의 위험성이 있어 식품의 안전과 진흥을 분리했지만 안전 없는 축산업 진흥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생각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농식품부가 위탁 수행하고 있는 생산단계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까지 식약처가 직접 수행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곽노성 전 식품안전연구원장은 “농식품부는 농가에 대한 현장 교육이나 농축산업 전반에 대한 계획과 정책 수립 등 안전에 대해 기본적으로 맡아야 할 역할이 있어서 완전히 손 떼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농식품부나 해양수산부가 가지고 있던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관리 권한이 식약처로 이관되면서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이 때문에 식품안전기본법은 부처간 조율 역할을 할 기구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번 달걀 파동이 촉발된 이후에도 식품안전정책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교적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편인데, 상위 기구에서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서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에 따라 식품안전정책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식품안전 관리를 농림수산성과 노동후생성이 나눠 수행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식품안전위원회라는 상급기관에서 조율을 한다. 하지만 일본의 식품안전위는 자체 조사권과 조사기구가 있고, 위해성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식품안전관리를 조율하는 유럽식품안전청 역시 각 국가들에 대한 자체 조사권한과 평가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정책위는 단순한 회의체에 불과해 상근자는 식약처와 농림부, 해수부에서 파견된 공무원 3명 뿐이다.

이와 함께 다른 부처에 위탁된 안전 업무에 대한 식약처의 감독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 식약처는 농식품부가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을 발견해도 특별히 보고받지 않는 이상 알기도 어렵고 책임 지지도 않는 구조다. 양성범 단국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는 “위탁업무에 대해 손놓고 있을 게 아니라 식약처가 이에 대한 내용을 속속들이 보고받고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는 “현재는 식약처가 현장 농가에 대해서는 전혀 통제력이 없어 농식품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농식품부가 수행하는 생산 과정에서의 안전관리 기능을 부분적으로라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 방준호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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