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3 17:27
수정 : 2017.09.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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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푸젠성 샤먼에서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샤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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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개막연설 4시간 전 핵실험
400㎞ 떨어진 단둥에서도 진동 느껴져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 거세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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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푸젠성 샤먼에서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샤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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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주요 외교행사로 공들여 준비해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막한 3일 들려온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에, 중국은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한 핵실험에 의한 인공지진 발생 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린성 옌지, 백두산 천지 부근, 창춘 등에서 8초가량 진동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풍계리 실험장에서 200㎞ 안팎에 위치한 곳들로, 북한의 핵실험 때마다 거론되는 곳들이다. 다만 이번 지진은 400㎞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된 것으로 알려져 그 강도를 실감하게 했다. 랴오닝성 단둥의 한인회 관계자는 “평소 북한의 핵실험 때는 안 그랬는데 이번엔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날 실험은 상반기 ‘일대일로 정상회의’와 더불어 중국의 올해 양대 외교 이벤트로 꼽혔던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과 날이 겹쳤다. 중국 매체들은 최대한 북핵 실험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은 핵실험 소식을 최소화한 채 하루 종일 푸젠성 샤먼에서 개막한 브릭스 정상회의 관련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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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대북 송유 시설. 북한 원유 공급의 대부분이 이 송유관을 통해 이뤄진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일본 등에서 거세지고 있다.단둥/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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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정상회의가 비즈니스포럼을 시작으로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오후 3시30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을 하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주최하는 국제 행사 개막날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중국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샤먼 현장에서 취재하던 한 중국 언론인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북한이 튀어나와 헤드라인을 빼앗아간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14일 29개국 정상이 참석한 일대일로 정상회의 개막 당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보다 한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 직전인 4월6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9월5일엔 탄도미사일 발사를, 나흘 뒤 9일에는 5차 핵실험을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베이징에서 중국 주도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기 직전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핵실험 사실이 확인되자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재차 핵실험을 진행한데 대해 중국 정부는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병행)을 제안하고 있다. 대북 압박 강화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앞세워 유엔 논의를 강조하고, 북-미를 ‘문제 당사국’으로 일컬어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나오는 대북 석유 공급 중단에 대해서는 줄곧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석유는 민생 물자인데다 파라핀이 함유된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송유관이 심각하게 손상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과거 ‘수리’를 이유로 송유관을 잠근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하지만 ‘중국이 총대를 메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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