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6 17:06
수정 : 2017.11.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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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모습.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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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 애초 CCTV 공개키로 했으나
북한군 군사분계선 넘었는지 관련 장면 등 미흡
“새 영상은 준비해서 추후 공개”
청와대 “유엔사 교전수칙은 우리가 수정할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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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모습.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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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전날 예고했던 북한 병사 귀순 상황의 영상 공개를 16일 논란 끝에 무기 연기했다. 전날 ‘판문점 교전수칙 논의’를 언급했던 청와대는 이날 “교전수칙은 유엔사 관할”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유엔사는 하루 전인 15일 국방부 출입 기자단에 판문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북한 병사의 귀순 장명 영상을 일부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언론인들이 당시 판문점 상황을 잘 이해해 기사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가 이날 공개를 위해 준비한 영상은 26초 분량으로 짧게 편집된 영상이었다. 남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카메라와 동에서 서쪽을 향한 카메라 등에서 촬영된 편집 영상으로 귀순 병사가 남쪽으로 도주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영상은 이날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유엔사는 이날 아침 언론 공개 전 업무협의 차원에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줬다. 그런데 영상을 본 국방부와 합참 쪽에서 “영상에 민감한 내용이 미흡해서 오히려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군 당국자는 “예컨대 당시 귀순병을 쫓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장면 등이 지나치게 짧게 편집돼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더 긴 영상을 공개해서 언론인들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문제제기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새 영상을 준비해 공개하겠다”며 애초 이날 오전이었던 공개 일정을 오후로 늦췄다. 그러나 오후 들어 내부 협의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오늘 공개는 어렵겠다. 다시 일정을 잡아 공지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내놓았다. 유엔사 내부 협의는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이 일본 도쿄에 출장 중이어서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교전수칙은 유엔군사령부가 만든 것으로, 한국 국방부가 수칙 수정 권한을 가진 게 아니다. 한국군이 임의로 제이에스에이에서의 교전수칙을 수정해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교전수칙을 수정할 권한은 없다. 유엔군사령부의 권한이어서 한국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쪽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이 아닐까. 논의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성연철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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