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안 찬 MB, 구속 62일 만에 외출

110억여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고, ‘다스’의 자금 3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인번호 적힌 표찰 없고 수갑도 안차
단추 잘못 꿴듯 사복 상의는 엉거주춤
법무부 “알 수 없는 이유로 표찰 떨어져”
미리 작성한 입장문 12여분 걸쳐 읽어
세 딸과 이재오 전 의원 등 방청석에

110억여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고, ‘다스’의 자금 3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오후 구속기소 62일 만에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호송차에서 내렸다. 검정색 정장에 넥타이 없이 흰 셔츠를 받쳐 입었는데, 정장 상의는 실수로 단추구멍을 하나 엇갈려 채워 엉거주춤했다.

법원 건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은 두 손에 수갑을 하지도 않았고 ‘수인번호 716’이 적힌 배지도 달지 않았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유로워진 이 전 대통령 손에는 직접 쓴 ‘무죄의 변’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달부터 65살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법정 출석 시에 수갑을 안 해도 되도록 관련 지침이 바뀌었다”고 했다. 수인번호에 대해서는 “표찰을 고정하는 데 쓰인 양면테이프가 이 전 대통령 호송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지는 바람에 잠시 표찰을 달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설 때는 ‘716’이 선명한 배지를 왼쪽 가슴에 부착한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장 큰 150석 규모의 417호 형사대법정은 방청권을 받은 시민과 이 전 대통령의 세 딸, 이재오 전 의원 등 측근 등으로 가득 찼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 서울 논현동 집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아들 시형씨, 부인 김윤옥 여사는 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재판 시작 1시간이 넘자 휴정을 요청했다. 피고인 대기석으로 들어가던 이 전 대통령은 방청석 앞 쪽에 나란히 앉은 딸 등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첫 공판은 저녁 7시께 5시간만에 끝났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에 앞서 미리 써온 입장문을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앉아서 읽어도 괜찮다”는 재판장의 말에도 굳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12분여에 걸쳐 읽었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했다는 ‘재산 환원’ 등의 약속을 말할 때는 사래가 들린 듯 2~3차례 밭은 기침을 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혐의를 다툴 ‘창과 방패’, 검사와 변호인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이날 신봉수(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29기) 특수2부장, 이복현(〃32기) 특수2부 부부장 등 8명 모두가 검사복을 입고 나오는 등 ‘기선제압’에 신경썼다. 이 전 대통령 쪽에선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던 강훈 변호사(〃14기)를 중심으로 피영현(〃33기)·박명환(〃32기) 등 모두 8명의 변호인단이 구성됐다.

고한솔 현소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