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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4 09:23 수정 : 2018.01.04 15:56

컬링 인기 비결은? 소치 때 선전 뒤 구호놀이 유행
평창서도 입장권 판매율 70% 육박 고공 행진
스톤 배치 순간마다 전략싸움…상대 의도 파악해야
“팬들도 자신만의 전략 짜 선수들과 가상 상호 작용”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종목으로 단연 컬링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컬링은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이 눈부신 선전을 펼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덴마크와 벌인 예선 7차전의 시청률이 무려 13.6%(닐슨코리아 기준)였다. 학생들 사이에 ‘헐’(hurry·얼음판을 빡빡 문지르라는 구호), ‘업’(up·빗자루를 들어 바닥 닦기 중단)이란 구호를 외치는 ‘컬링놀이’가 유행했고, 일부 가전업체는 컬링에서 ‘공’ 구실을 하는 ‘스톤’이 로봇청소기와 닮았다며 아예 ‘컬링’이란 이름의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캐나다의 클럽형 컬링팀이 확산되면서 생활스포츠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입장권 판매 현황을 봐도, 평창에서 컬링은 목표치 대비 입장권 판매율이 68%에 이르며 개막식(67%)·폐막식(35%)뿐 아니라 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55%), 피겨스케이팅(54%)을 앞서고 있다.

컬링 경기 규칙은 단순하다. 4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한 선수가 먼저 빙판 위에서 스톤을 밀어 34.747m 거리의 ‘하우스’라고 불리는 원형 타깃 중심점(티·Tee)에 상대팀보다 가까이 놓으면 승리한다. 앞서 상대가 던진 스톤을 밀어낼 수도 있다. 남녀 경기의 경우, 팀당 8차례 스톤을 던져 1엔드의 승패를 따지고, 이를 10차례(10엔드) 치러 경기 승부를 가린다.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믹스더블(남녀 혼성 2인)은 1엔드에 팀당 스톤 5개, 8엔드로 경기가 치러진다.

단순 평범해 보이는 ‘컬링’의 인기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관중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치열한 ‘전략싸움’에 컬링의 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중심점을 노리는 공격용 스톤과 상대 예봉을 막기 위한 방어용 스톤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상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상대와 치열한 머리싸움도 벌여야 한다. 생각할 시간을 주는 ‘싱킹타임’(thinking time·팀당 38분)이란 독특한 규칙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며 경기에 몰입한다. 미국 컬링대표팀 존 슈스터는 이를 두고 “컬링에는 다른 스포츠에서 보기 드문 ‘팬 경험’이란 게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컬링은 모든 투구에 앞서 선수들끼리 전략을 짜는데, 이때마다 팬들도 개인적 차원에서 ‘선수들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뛰어난 개인 기량이 필요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의 선수들이 힘을 모아야 승리하는 방식도 재미 요소로 꼽힌다. 실제 바닥을 닦아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두명의 ‘스위퍼’가 주장인 ‘스킵’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개별 역량이 뛰어난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선발전을 치러 1위팀을 그대로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본격적으로 컬링이 도입됐지만, 대표팀이 관심을 받은 것은 지난 소치올림픽 이후부터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전 종목(3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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