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8 19:05
수정 : 2018.01.0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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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왼쪽)-알렉산더 개멀린 짝이 개량한복을 입고 아이스댄싱 프리댄스 부문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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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겨울올림픽] 아이스댄스 민유라-개멀린
재미동포 출신·특별귀화
16년 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
“꼭 한복 입고 아리랑 선보이고파
연기 마칠 때 쯤엔 눈물나기도
쇼트 20위권 들어 프리댄스 출전 1차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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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왼쪽)-알렉산더 개멀린 짝이 개량한복을 입고 아이스댄싱 프리댄스 부문 연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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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보자~.”
소향의 ‘홀로 아리랑’ 선율이 빙판 위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푸른 눈의 사나이와 한국 여성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물오른 아이스댄스 연기를 펼친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애절한 노랫가락에 둘의 연기도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관중들은 우리 전통가락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지난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최종 3차 선발전 아이스댄스 종목 프리댄스에 나온 모습이다. 주인공은 이 종목에 유일하게 출전한 민유라(23)-알렉산더 개멀린(25) 짝. 둘은 프리댄스에서 90.27점(기술점수 48.72점, 예술점수 41.55점)을 받아 전날 쇼트댄스(59.67점)를 합쳐 149.94점으로 ‘무주공산’ 격으로 평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자신들이 지난해 9월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4위(143.80점)에 입상해 한국에 아이스댄스 부문 출전권 1장을 가져온 뒤, 선발전을 통해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한국이 겨울올림픽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것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겨울올림픽 때의 이천군-양태화 짝 이후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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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왼쪽)-알렉산더 개멀린 짝.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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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왼쪽)-알렉산더 개멀린 짝.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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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 사람이에요. ‘아리랑’ 연기를 마치기 15초 전쯤에는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연기하는 모습을 올림픽 무대에서 꼭 선보이고 싶어요.” 이날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민유라의 간절한 소망이다.
민유라는 원래 1995년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동포다. 피겨 여자싱글 선수로 활동하다가 평창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해 2011년 아이스댄스로 전향했다. 이후 몇몇 외국인 파트너와 호흡을 맞췄으나 실패로 끝난 뒤 개멀린을 만나게 됐다. 개멀린은 2005년부터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과 아이스댄스 호흡을 맞췄으나 동생이 은퇴하자 혼자가 됐고,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해 민유라와 의기투합했다. 둘이 이고리 시필반트(러시아) 코치의 지도를 받던 터라 가능했다. 민유라는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한국 국적을 택했고, 개멀린도 법무부 특별귀화 심사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한국 대표로 평창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둘의 평창올림픽 목표는 “쇼트댄스에서 20위에 드는 것”이다. 겨울올림픽 아이스댄스에는 총 24개팀이 출전하는데, 쇼트댄스에서 20위 안에 들어야 프리댄스에 출전할 수 있다. 민유라와 개멀린의 프리댄스 프로그램은 ‘아리랑’이다. 지구촌이 집중하는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음악과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연기복도 한복을 개량해 특별 제작했다.
개멀린은 한국 대표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과 관련해 “어렸을 적부터 올림픽 출전이 꿈이었다. 부모님도 내가 올림픽 대표로 뛸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에 부모님이 평창에 오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응원할 것이다. 한국 대표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둘은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랭킹 29위(포인트 1522점)에 올라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 아이스댄스란?
피겨스케이팅 4개 종목(남녀싱글, 페어 등) 중 하나로 한쌍의 남녀가 얼름판 위에서 서로 가까이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스텝과 기술 연기를 펼치는 점에서 페어와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서로 5초 이상 떨어지거나,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려(리프트) 3초 이상 머리 위로 팔을 뻗고 있으면 안 되는 등의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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