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5 22:31
수정 : 2018.02.0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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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 소개행사에서 북한 장웅 위원(오른쪽 둘째)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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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IOC 총회 참석해 개회사
“상상 속 평화올림픽이 현실로”
한국전쟁 가족사로 ‘평화’ 강조
바흐 위원장·장웅 위원에 인사
“북 참가·단일팀 지원해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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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 소개행사에서 북한 장웅 위원(오른쪽 둘째)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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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겨울올림픽을 나흘 앞둔 5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여러 나라에서 평창올림픽의 안전을 염려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평화올림픽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상상처럼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염려는 사라졌고 상상은 현실이 됐다.” 문 대통령은 감회가 남다른 듯 “지금 아이오시와 대한민국은 우리가 함께 노력해온 평화롭고 안전한 올림픽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그는 평창올림픽과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에서 잇따라 열릴 올림픽을 거론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열망했다. 하지만 당시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남북 공동응원단이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며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누구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번영”을 다시 역설했다. 1950년 한국전쟁에 얽힌 자신의 사연까지 불러내며 평화의 제전인 평창올림픽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68년 전, 한국인들에게 이 겨울은 너무나 큰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고 가족을 잃었다. 제 부모님도 그중 한 분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분단된 국가, 전쟁의 상처가 깊은 땅, 휴전선과 지척의 지역에서 전 세계를 향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시작된다”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평화올림픽 기조가 뚜렷해진 뒤에도, 미국에서 이른바 ‘코피 전략’(제한적 선제타격)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지만, 그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평창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과 북한의 장웅 위원에게 각별한 감사를 표하며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포츠를 통한 교류와 소통이 곧 평화라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의 위대한 가치라는 사실을 이제 평창이 전 세계와 인류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평창겨울올림픽은 도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시작”이라며 “이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발전,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면, 우리 모두는 올림픽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올림픽 유산’을 창조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총회 개회사를 ‘촛불’로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지난겨울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평화의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탁월한 역량과 높은 시민의식이 평창올림픽과 대회 이후의 모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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