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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9 23:21 수정 : 2018.02.10 00:01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선수 180여명 하나로 행진
‘아리랑’ 반주에 관중들 함성
문 대통령 부부 자리서 일어나
김여정도 환하게 웃으며 박수
바흐 “공동입장은 강력한 평화 메시지”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기립했다.

촛불 형태의 플라스틱 등불 물결은 ‘아리랑’ 반주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에 몰아쳤다. 그것은 평화에 대한 염원과 존경의 표시였다.

남북 올림픽 선수단 180여명이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 마지막으로 들어오자 3만5천개의 좌석을 꽉 채운 관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남한의 원윤종과 북한의 황충금이 맞든 한반도기 뒤의 남북 공동입장 선수들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표정은 밝았고, 열기는 고조됐다. 양쪽 단장을 앞세운 공동선수단 앞부분은 남북남북 형태로 남북 선수들이 줄을 만들었다. 하얀색 방한복으로 똑같은 단복을 맞춰 입은 선수단은 얼굴이나 말이 똑같은 형제자매였다. 오직 몸으로 정직한 승부를 하는 선수들이 만든 ‘평화올림픽’의 메시지는 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밝게 웃으며 다시 한번 악수를 건넸고,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으며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였다.

공동입장 대열을 준비한 남한 선수단 관계자는 “스타디움 밖에서 대기할 때부터 선수들이 서로 어울렸다. 줄을 만들 때도 주저함이 없었다”고 했다. 북한 선수단의 규모는 36명 정도로 남한의 3분의 1 정도였지만 남과 북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했다.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주는 하나의 마음만이 있었다.

남북 선수단의 국제 스포츠 행사 공동입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래 10번째이고, 2007년 창춘겨울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다. 정치상황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졌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번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바흐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공동입장은 평화를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초대를 위해 4년간 공들인 보람 덕분인지 평창에는 역대 가장 많은 92개 나라가 참여했고, 3천명 가까운 선수들이 왔다.

남한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사상 처음으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한국 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 평화의 꿈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여러 형태로 아이오시의 도움을 받은 것은 한국이 국제 스포츠계에 진 빚이다. 앞으로 남북 스포츠 교류의 불씨를 잘 살려나가는 것이 국제사회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했다.

종목별 교류는 당장 가능하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훈련에서 북한 선수들이 남한 지도자의 가르침을 빠르게 받아들였고, 남한의 쇼트트랙 코칭스태프는 북한의 정광범, 최은성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8월 자카르타아시안게임은 평창 이후 남북 스포츠가 맞이할 또 하나의 시험대다. 조선체육회 창립 100년이 되는 2020년을 맞아 남북이 공동으로 스포츠 역사나 뿌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거나 학술대회 개최, 경평축구 부활 등을 할 수도 있다. 이젠 큰 정치적 합의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할 때다.

평창/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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