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9 23:30
수정 : 2018.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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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수 전인권, 이은미, 하현우, 안지영이 촛불로 만든 ‘평화의 비둘기’ 한복판에서 노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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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2시간 ‘겨울드라마’
세계와 함께 ‘행동하는 평화’ 메시지
순백의 공간에 새긴 과거·미래 탐험
K팝·증강현실 속에 ‘따듯한 휴먼’
박세리·진선유·이승엽·황영조…
한국 빛낸 8명이 태극기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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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수 전인권, 이은미, 하현우, 안지영이 촛불로 만든 ‘평화의 비둘기’ 한복판에서 노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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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분단국가가 전하는 평화의 염원이 촛불과 함께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은 세계인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를 주제로 열린 개막식은 한국인의 역사와 현재 속에 녹아 있는 조화와 융합 사상에서 연결과 소통의 힘을 끄집어내고, 세계인과 함께 행동으로 평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행사 전용 시설에서 열려 그 어느 대회보다 관객과 공연자가 가까웠고 소통과 참여가 가능했다. 원형으로 이뤄진 무대는 한편의 마당극을 하듯 관객들의 눈을 붙잡고 흥을 돋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굴렁쇠 소년이 담백한 여백의 미를 보였다면 30년 뒤 평창올림픽에서는 역동적인 춤과 노래가 추가됐다. 증강현실과 드론, 5G 등 첨단기술이 동원됐지만 사람 중심의 따뜻한 드라마였다.
개막식은 한국의 종소리가 세상을 하얀 얼음으로 만들며 시작됐다. 강원도에 사는 다섯 아이는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의 시간여행을 따라 하늘과 땅을 잇는 천제단, 음과 양의 태극, 하늘·땅·물·불을 상징하는 사괘 등 동양사상을 전하고 한국의 역동적인 가락과 춤을 녹였다.
태극기 게양에 앞서 한국 스포츠를 빛낸 스타 8명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하얀색 전통 의상에 갖가지 색깔 모자를 쓴 이들은 한국 썰매의 개척자 강광배, ‘골프여왕’ 박세리, 2006년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핸드볼의 전설 임오경, 프로야구 홈런왕 이승엽, 1984년 올림픽 남자유도 금메달 하형주, 양궁 금메달 서향순, 1992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황영조가 그들이다.
이어 각국 선수들이 조용필의 ‘단발머리’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경쾌한 케이팝의 음악 속에 입장했다. 소고를 두드리며 선수들을 맞이하던 관중들의 환호는 남북이 공동입장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남쪽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과 북쪽 아이스하키 대표 황충금이 함께 든 한반도기를 앞세워 92개 참가국 중 맨 마지막으로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입장하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평창”이라고 시작한 환영사에서 “우리 모두는 한국의 평화 메시지를 함께하고 지지한다. 통합의 힘을 잘 보여주는 위대한 사례가 남북한 선수단 공동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를 선언하면서 평창겨울올림픽의 성대한 막이 올랐다.
다섯 아이들은 ‘정선아리랑’의 노랫가락 속에 굴곡진 역사를 담은 과거부터 사람과 사물, 시간과 공간이 무한 연결되는 미래의 정보통신기술 세상까지 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왔다.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로 ‘행동하는 평화’를 상징한 가운데 전인권과 이은미 등 국내 대표적 가왕들이 평화를 노래했다.
올림픽기는 피겨스케이팅 차세대 유망주 유영과 김윤만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등 겨울스포츠 신구 세대 8명이 함께해 겨울스포츠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시사했다. 성화 마지막 주자는 예상대로 겨울스포츠에서 큰 족적을 남긴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남북 아이스하키 선수 박종아·정수현으로부터 성화를 전달받아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성화대 횃불을 밝히며 17일간의 열전을 알렸다.
평창/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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