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1 15:56
수정 : 2018.02.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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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를 문재인 대통령 내외,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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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스위스전 패배 뒤 아쉬움 곱씹으며
단일팀 희망, 아쉬움 얘기하는 젊은 세대
단일팀의 안겨준 부담 잘 이겨내는 선수들
남북 정부 이들의 순수성에 부채감 느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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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를 문재인 대통령 내외,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함께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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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갈라진 둘보다 합쳐진 하나고 세다고 생각합니다.”(북한의 정수현 선수)
“경쟁구도는 좋다. 못뛰는 선수가 생기는 것은 안 좋다.”(남한의 박종아 선수)
10일 강릉 관동대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올림픽 첫 경기 패배(0-8) 뒤 기자회견에서 남북의 간판선수들은 ‘단일팀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의 공격수 정수현(22)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원론을 얘기했고, 남한의 골잡이 박종아(22)는 북한 선수 가세로 이뤄진 치열한 내부 경쟁의 장·단점을 지적했다.
두 선수의 시각은 앞으로 이뤄질 남북 스포츠교류의 방향을 제시한다. 남북 양쪽이 대등한 실력을 갖춘 종목에서는 경쟁 효과로 인한 ‘윈윈’이 가능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이미 남북간 체육인들 사이에는 교류전 개최 등 교감이 있다”고 밝혔다. 남쪽이 우위인 종목에서는 북한의 경기력을 속성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에서 남북 합동훈련이 이뤄졌다. 규모가 작고 소외받는 겨울 종목은 남북 스포츠 교류에 적합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주도적인 노력과 남북 당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초고속으로 일이 진행되면서 부담은 남북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온전히 짊어졌다. 그럼에도 굿굿하게 역경을 극복하면서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의 주인공이 됐다. 만약 올림픽이 끝나 ‘지난 이벤트’로 잊혀지고, ‘그럴려고 단일팀했나…’라는 한탄이 나오면 안 된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지속성은 시간과 준비에서 나온다. 세라 머리 단일팀 총감독도 스위스전 패배 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해부터 단일팀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 지적을 아프게 느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늘 만나는 남북의 체육인과 선수들 사이에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다. 강릉 선수촌에서도 남북의 관계자들은 일상적으로 조우한다. 쇼트트랙 합동훈련이 이뤄진 것 역시 이들이 현장에서 교류하면서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만큼은 통일부가 아니라 전문성과 지원체제를 갖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체육단체의 자율적인 교류가 활성화할 수 있다. 사전접촉 승인 등 법 규정이 지나치게 관료화해 남북 스포츠 교류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10일 단일팀과 스위스전에는 남북의 수뇌부, 스위스 대통령, 아이오시 위원장이 관전했다. 일본-스웨덴 전에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참석했다. 스포츠가 아니면 엮어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선수들과 현장의 지도자들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남북의 경계는 없다. 정수현과 박종아가 좀더 편하게 운동하도록 해주는 것은 남북 정부 모두의 의무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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