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1 16:38
수정 : 2018.02.12 01:04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 이후 최대의 화제로 떠오른 인면조(人面鳥). 모습이 기괴하다거나 일본풍이라는 논란까지 붙었다.
고구려의 안악 3호분, 덕흥리 고분, 무용총 등에는 하늘세계를 뜻하는 널방 천장고임에 인면조가 그려져 있다. 특히 무용총엔 봉황 같은 몸에 긴 모자를 쓴 사람의 머리가 달렸는데 공연에 나온 인면조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덕흥리 고분엔 무한장수를 뜻하는 ‘천추’와 ‘만세’라는 이름이 인면조 옆에 각각 쓰여 있다. 신라의 식리총 신발바닥에서도, 백제의 무령왕릉 출토 동탁은잔과 능산리 출토 금동대향로에서도 볼 수 있다.
|
덕흥리고분에 나오는 인면조 ‘만세’
|
삼국시대의 인면조는 무한한 삶의 화신 또는 신도 요괴도 아닌 하늘과 인간을 잇는 존재였다. 주로 통일신라나 고려 유물에 나타나는 불교의 인면조 ‘가릉빈가’와 달리, 원시도교의 세계관에 좀더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이렌이나 하르피아 같은 인면조를 불길한 이미지로 그렸던 서구 신화와도 사뭇 다르다. 자연을 적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인간과 하나가 되는 세계관을 동아시아 사람들이 지녔기 때문 아닐까. 중국 최초의 신화집 <산해경>엔 다양한 인면조가 등장해 고구려 벽화의 세계관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무령왕릉 동탁은잔의 인면조를 처음 발견한 미술사학자 주경미 박사는 “어느 특정 지역의 문화라기보다는 고대 동북아에 널리 퍼졌던 신화세계의 하나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다.
인면조를 두고 젊은 세대 가운데선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오나시’가 새가 됐다”는 평도 나왔다. 사람들이 그런 인상을 받는다면, 일본이 ‘원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전통 요소를 대중문화에 친숙하게 살려왔기 때문일 게다. 온라인엔 인면조 패러디와 변형 일러스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면조에 대한 관심이 우리 전통문화를 새로 발견하고 현대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