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3 08:02
수정 : 2018.02.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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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사람을 얼굴을 한 새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끈 ‘인면조’ 제작자 배일환 미술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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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환 평창올림픽 미술감독 인터뷰
“예상치 못한 인기 끌어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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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사람을 얼굴을 한 새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끈 ‘인면조’ 제작자 배일환 미술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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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적인 것’을 찾다 보면 조선에만 매몰되곤 하는데, 다른 역사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고구려 벽화에서 아이디어를 찾았죠.”
어른 키의 두 배쯤 되는 커다란 새의 몸에 기다란 목, 갓을 쓴 무표정한 남성의 얼굴.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기묘한 모양새로 화제를 일으켰던 ‘인면조’는 배일환(39) 평창겨울올림픽 제작단 미술감독의 손에서 태어났다. 인면조는 개막식 등장과 동시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무섭고 기괴한데 자꾸 눈길이 간다’는 반응이 많았다.
왜 고구려였을까. 배 감독은 “백제와 신라는 남쪽이다 보니 강원도와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문화권이 같은 고구려에서 ‘평창’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는 뜻이다.
고구려 벽화를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면조의 얼굴은 한국의 전통 탈을 참고했다고 한다. “고구려 벽화는 얼굴 형태가 입체적이지 않았어요. 전통탈 가운데 사람 얼굴에 가까운 각시탈 자료를 찾아 참고해 디자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면조는 평면적이었던 고구려 옛 벽화에 조선 탈의 부조감을 더해, 21세기의 ‘3D’(입체) 형상으로 진화한 셈이다.
인면조를 비롯한 인형들의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미술팀은 개막식에 등장한 인형 80여개를 1년 사이에 만들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예산 집행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감독단 회의를 마치고 밤새 작업한 뒤 다시 회의에 들어가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폐막식에도 인형들이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준비 과정은 고됐지만 인면조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어 기쁘다고 그는 말했다. “에스엔에스(SNS)에 인면조 팬 아트가 올라오고 ‘굿즈’(문화상품)를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폐막식도 잘 끝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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