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3 15:42
수정 : 2018.02.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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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이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뒤 미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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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 98.25점 압도적 금메달
17살9개월 스노보드 최연소 우승
“난 미국과 한국 모두 대표…큰 영광”
할머니·이모 등 한국 가족들 응원
아버지 “금 여의주 물고 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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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이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뒤 미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창/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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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18)의 할머니, 이모 등 가족들과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김종진씨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용띠 딸에게) 오늘은 이무기가 용이 되는 날이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클로이가 금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됐다”며 기뻐했다. 김씨는 “클로이의 핏줄은 100% 순수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클로이 김은 “한국에 사는 할머니 앞에서 처음 경기를 한다는 기쁨에 벌써 설렌다”고 했던 바로 그 할머니 앞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클로이 김은 13일 오전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점수 98.2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중국의 류자위(85.5점)와는 10점 이상 큰 격차가 났다. 만 17살9개월의 나이로 여자 스노보드 전 부문을 통틀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켈리 클라크(미국)의 18살6개월이었다. 클로이 김은 점프에서 월등한 기량을 보였다. 98.25점을 받은 결선 3차 시기에서 가장 높은 점프 4m, 평균 점프 2.8m를 기록했다. 비교적 높이 뛰어오른 차이쉐퉁(중국)이 최고 점프 3.1m에 평균 점프 2.2m를 뛴 것과도 큰 차이다. 그는 결선 경기 도중 트위터에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안 먹은 게 후회된다. 이제야 배가 고파서 화가 난다”고 투정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클로이 김은 한국 핏줄이지만 미국 국적이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미국과 한국을 모두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이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는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갔고, 2000년 클로이 김을 얻었다. 김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붙였다. 네살 때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클로이 김이 두각을 나타내자 직장까지 그만두고 딸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딸이 스위스 유학 당시 동행하며 산악열차를 놓치지 않으려 새벽 4시에 이동해 밤 11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2년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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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이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아버지 김종진씨, 어머니 윤보란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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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팔로어 수가 13만명에 이르는 그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장에도 가장 먼저 도착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올림픽은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4년간 기다려왔기 때문에 긴장과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가장 좋은 결과를 들고 돌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보고 계실 줄은 몰랐는데, 2차 시기에 계시다는 걸 알고 할머니가 즐기실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하와이안 피자를 먹고 싶다”고도 했다.
톡톡 튀는 언행도 눈길을 끈다. 그는 “눈이 쌓여서 연습 때 속도가 안 났다. 그래서 1차 시기 때는 조금 평이한 시도를 했다”며 “다른 많은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는 나는 천재”라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아버지 김씨는 “딸이 까칠하다”며 웃었지만 클로이 김은 “할머니와 쇼핑 갈 것이 기대된다”며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평창/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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