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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8 15:24 수정 : 2018.02.18 22:26

최민정이 17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양팔을 들어올리며 좋아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민정, 1500m 금메달 영광까지
6살 때 운동 시작, 유치부부터 두각
3년 전 고교 1학년때 세계 정상에
막판 추월하는 질주가 전매특허
평소 표정 없지만 우승 뒤엔 눈물
아버지 여의고 어머니가 뒷바라지
“날 위해 희생한 엄마와 여행하고파”

최민정이 17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양팔을 들어올리며 좋아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얼음공주, 괴력의 외곽돌기, 그리고 어머니를 너무나 좋아하는 효녀….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0·성남시청)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그는 경기 중이나 경기 뒤 인터뷰에서든 전혀 변화 없는 표정을 보여 ‘얼음공주’라는 소리를 들었다. 냉철한 이미지에 강한 멘털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으로선 첫 겨울올림픽 무대에서 두번씩이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다.

17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최민정은 압도적인 막판 스퍼트로 1위로 들어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양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한 뒤 박세우 코치, 김선태 총감독한테 차례로 다가가 고개를 파묻으며 흐느끼는 장면은 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최민정은 ‘왜 눈물을 흘렸느냐’는 질문에 “너무 감정이 복받쳤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서 금을 따니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여러 감정이 폭발했다”고 답했다.

지난 13일 첫 경기인 여자 500m 결승에서 2위로 들어오고도 심판진들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그가 캐나다의 킴부탱을 추월하려다 손으로 무릎을 건드렸다며 페널티를 선언하는 바람에 실격당한 터여서 이번 금메달은 더욱 뜻깊었다. 당시에도 그는 눈물을 쏟아냈다. 여자 1500m 한국 선수 금메달은 2006 토리노겨울올림픽 때 진선유 이후 12년 만이었다.

최민정의 앨범에 있는 어릴 적 모습. 초등학교 대회에 나가 1등을 한 뒤 당시 남자 쇼트트랙 스타 안현수로부터 메달도 받고 포즈도 함께 취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만 6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언니와 함께 스케이팅과 인연을 맺은 최민정.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유치부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소년체전에서 금메달도 땄다. 그러나 경기도 성남 분당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전적으로 어머니(이재손)의 헌신적 뒷바라지에 기대며 스케이트를 타야 했다. 언니도 처음엔 같이 스케이트를 타며 서로 의존하는 존재였지만 나중에 미술 공부로 전향했다.

2009년 분당초등학교 시절 최민정의 경기모습.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그의 탁월한 스케이팅 능력은 서현중 3년 때 출전한 2014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서현고 1년 시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던 한 살 위 선배 심석희를 제치고 2015 세계선수권대회(모스크바) 종합우승(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3위, 500m 4위)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작은 체구였지만 폭풍 같은 질주, 그리고 강한 정신력으로 만 17살 나이에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2016 세계선수권대회(서울) 종합우승(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2위, 500m 4위)도 그의 몫이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잇단 불운이 닥치며 종합 6위로 밀렸다.

최민정이 17일 저녁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m64, 55㎏으로 쇼트트랙 선수치고는 작은 편인 최민정은 신체적 불리함을 하루 10시간의 강도높은 대표팀 훈련 등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특히 여자 1500m 경기에서 괴력의 외곽돌기 막판스퍼트는 그의 전매특허다. 111.12m의 트랙을 13바퀴 반 도는 이번 여자 1500m 결승에서 그는 4바퀴를 남길 때까지 4위권으로 처져 있어 보는 이들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그러나 3바퀴를 남기고 보란 듯 외곽에서 스퍼트를 시작해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그러고는 폭발적인 질주로 2위 그룹을 크게 따돌렸다. 2위 중국이 리진위(17)와는 0.755초나 차이가 났다.

최민정이 여자 1500m 결승선을 통과할 때 평창겨울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가 찍은 모습이다. 2위와 0.755초나 차이가 난다. 오메가 제공
최민정은 앞선 준결승 3조 경기에서도 6명 중 5위로 처쳐 있었지만 1바퀴를 남기고 외곽돌기로 추월에 성공해 극적으로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중국의 저우양(27)과 리진위가 초반부터 1, 2위로 나서며 벽을 쳤지만 최민정은 괴력으로 이를 돌파했다. 결승 뒤 최민정은 막판 스퍼트 상황에 대해서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차이가 많이 났다. 그 정도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고 스스로 놀라워했다. 2위 리진위, 3위 킴부탱과는 9m 가량 차이가 났다.

최민정은 “엄마는 제 시합 끝나면 입술이 부르트고 안 좋더라”라며 “오늘은 시합에 오셨다. 엄마가 너무 힘들었는지 휴양지에 가고 싶어한다. 엄마가 가고 싶은 곳을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어머니다.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을 지지해주셨다. 언제나 나를 위해 희생해주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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