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9 16:07
수정 : 2018.02.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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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한 이상화 선수가 18일 밤 강원도 강릉시 강릉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 경기장을 돌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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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대표팀·이상화·최민정 선수에 열광
“국가주의에 소비되던 스포츠에 새 의미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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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한 이상화 선수가 18일 밤 강원도 강릉시 강릉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 경기장을 돌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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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동 경기에 무관심하던 직장인 여성 이아무개(28)씨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에 눈을 떴다. 이씨가 올림픽을 챙기게 된 계기는 ‘여자 컬링’ 김은정 선수의 ‘눈빛’이다. 이씨는 “컬링 스톤을 빙판 위로 던지는 김은정 선수의 매서운 눈빛에 매료됐다. 여성들끼리 치열하게 의사표현을 하고 성과를 내는 모습에 웬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은정 선수의 눈빛이 담긴 ‘짤방’을 주워 담던 이씨는 어느새 컬링 규칙을 주변에 설명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씨처럼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여성 선수들의 성취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중에는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상화·최민정 선수 등의 활약에 ‘위로’를 받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열광이 단순히 ‘걸크러쉬’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미투운동 등 성평등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자신의 노력으로 최정상에 올라 성과를 보상받는’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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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 대 스웨덴 예선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의 김선영(왼쪽부터), 김은정, 김영미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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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에 발맞춰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비인기 종목으로 치부됐던 여자 컬링 대표팀은 세계 랭킹 1위 캐나다, 2위 스위스에 이어 19일 세계 랭킹 5위인 스웨덴 국가대표팀마저 격파하며 예선 공동1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의 과거 인터뷰 캡쳐와 경기 활약상을 담은 사진들이 무서운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컬링스톤을 던지는 모습이나 경기 도중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 김은정 선수가 신었던 ‘꼬부기’ 캐릭터 양말마저 화제가 될 정도다.
지난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 선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경기 직후 눈물을 훔치는 이상화 선수에게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다가가 포옹하는 사진은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두 선수의 경기 후 모습에 크게 감명 받았다는 대학생 강아무개(26)씨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이 퍼져있는 우리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마친 후 서로를 격려하는 두 명의 여성의 모습이 조명 받는 게 너무 귀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흐름과 최근의 열광이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교수(중앙대 사회학)는 “여성인 운동선수들에 대한 열광은 미투 운동 등으로 축적된 사회적 분노와 분명한 접점이 있다”면서 “남성성과 국가주의로 소비돼 온 올림픽이 여성 등 소수자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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