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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9 17:42 수정 : 2018.02.19 22:01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19일 오후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빙속여제’ 부담 털고 기자회견
“부상회복 과정 생각나 펑펑 울어
포기 안한 내게 100점 주고 싶다
빙상계 전설적 선수로 남고싶어
4년뒤 베이징올림픽은 먼 이야기
능력 되면 1~2년 더 하는게 맞아”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19일 오후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7개 알람은 껐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시간대별로 운동과 휴식, 수면 등 7개로 세분화돼 울리게 된 알람 시계. 그 시간표에 따라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4년간 눈 돌리지 않았다. 주변의 기대까지 4년간 짓누르던 압박감은 자기도 모르게 펑펑 쏟아버린 눈물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알람은 울리지 않는다.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딴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19일 강릉 올림픽파크의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치올림픽 이후 4년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행복하다. 이제 알람 다 껐다.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쉬고 싶다”고 했다.

이상화는 전날 2018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지난 4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소치올림픽 때는 제가 정상에 있었고 스케이팅도 워낙 쉬웠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감을 잃었고, 그것을 회복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이 너무나 큰 과정이어서 경기 뒤 펑펑 울었다”고 설명했다.

8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배경에는 독한 승부사 기질 못지않게 엄청난 자존감이 있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올림픽에서 두개의 금메달을 땄고, 500m 세계 기록(36초36)을 작성했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2006년 토리노까지 세번의 올림픽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노련하게 이겨낸 것 같다”고 밝혔다.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는 것은 은메달에 대한 감사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은메달 색깔이 너무 예쁘다. 값진 소장가치가 있다.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보관할 것”이라고 했다. 또 “떨지 말라”고 챙겨준 이승훈과 모태범 등 절친, 힘들 때 격려해준 김연아의 메시지, 열심히 응원해준 안방 관중,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훈련할 때 물심양면으로 챙겨준” 케빈 크로킷이나 이석규 코치한테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전날 500m 경주에서 초반 100m를 가장 먼저 주파하는 등 매우 가파른 속도를 냈다. 하지만 경기장의 3, 4코너를 돌아들어 올 때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3코너에 진입할 때 워낙 빠르다고 느꼈는데, 그 속도로 들어가면서 잘 돌지 못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상화는 이날까지도 자신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지 않았을 정도다. 그는 “비디오 리플레이를 보면 실수한 장면에서 속이 상할 것 같아서 안 봤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언제까지 현역에서 뛸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냐”는 질문을 받자, “아직 확답은 못 한다. 그건 먼 이야기인 것 같고,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능력이 있으면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1~2년 더 하는 게 맞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운을 남겼다.

은퇴 여부를 떠나 확실한 것 하나는 선수로서의 이미지다. 이상화는 “빙상계의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스프린터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또 “부상으로 포기하고 싶을 때 재활하면서 좋아지는 나를 보면서 건재하다는 것을 느꼈다. (운동) 그래프가 올림픽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봤다. 나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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