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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9 18:06 수정 : 2018.02.19 19:02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을 바라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어딘지 불편해 보였다. 깊은 생각에 빠진 그의 모습은 2009년 어느 날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검찰에 출석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납부했다고 진술했다. 2009년 소송비 대납을 먼저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쪽인데 논의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9년 8월 탈세와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두달 뒤 이학수는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고, 다시 두달 뒤 이명박 정부는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명목으로 이 회장 1인만을 위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그를 특별사면했다.

앞서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소치, 밴쿠버, 나가노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흑자 겨울올림픽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 평창올림픽은 저비용 고효율로 최초로 흑자 올림픽이 될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단지 손익계산만을 따지면 그렇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직접 해야 할 일을 대기업에 외주를 주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하청, 재하청을 주면서 다단계 하청구조로 사업을 치르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참여했던 수많은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유지비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있다. 결국 올림픽도 하청 비정규직을 쥐어짜고, 자원봉사자의 저비용 무급노동으로 비용을 줄여 조직위원회는 흑자를 내고 대기업은 돈을 벌어 가는 구조다.

여기에 최순실의 평창올림픽 장악 시도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감옥에 있는 그가 딸 정유라를 상대로 “평창 땅은 팔지 마라”며 소송을 제기할 만큼 평창은 ‘금싸라기’ 땅이 되었다. 평창의 땅부자들과 올림픽 흥행에 투자한 대자본은 당연히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겠지만 올림픽에 들어간 국민의 세금과 비정규직 노동자, 자원봉사자의 헌신은 단순한 손익계산서로는 따질 수 없을 정도다. 과연 누가 흑자고 누가 적자인가.

조류인플루엔자가 도처에서 발생했는데도 평창올림픽 개최 이후 언론 지상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뉴스는 사라졌다. 평창올림픽 개최지에서 발생한 노로바이러스는 진행요원은 물론 해외 참가 선수들을 포함해 수백명을 감염시켰지만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두명의 아이가 감염이 확인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일에 비하면 300명 가까운 사람이 노로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결을 받고서도 올림픽 환호에 이 끔찍한 일이 묻히고 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환경과 생명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인가?

최연소 스노보드 금메달 수상자인 미국의 클로이 김은 인터뷰에서 “신나고 흥미롭다.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좋은 결과를 들고 돌아갈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정 선수는 수상소감에서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응원과 대표팀, 연맹, 여러 기관에서 지원과 응원과 힘을 주셔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과 국가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겸양의 미덕을 보여준 것인지. 어느새 올림픽은 스포츠인 개개인의 노력과 땀을 살피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사업이 됐다. 국가의 메달 개수와 색깔을 놓고 경쟁하는 국력 경쟁의 장이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을 뜻하는 올림픽 표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앞에 ‘국가와 자본을 위해’라는 의미를 덧붙여야 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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