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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0 11:10 수정 : 2018.02.20 18:17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가 19일 저녁 강원도 강릉시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팀추월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가 19일 저녁 강원도 강릉시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팀추월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5·강원도청)이 사이버 악플 공격의 표적이 됐다. 인신공격성 악플까지 더해져 선수는 ‘멘붕’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름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박지우(한국체대)-노선영(콜핑팀)과 함께 출전해 7위에 올랐다. 김보름이 역주하고, 박지우가 끝까지 뭉쳐 달렸지만 노선영이 두 선수를 쫓아가지 못했다. 4위까지만 4강에 진출하기 때문에 한국 여자 팀추월팀은 탈락했다.

김보름은 경기 뒤 “팀추월은 선두가 아닌 마지막 선수의 기록을 찍기 때문에 안 좋은 기록이 나왔다. 3명 모두 뭉쳐서 들어왔으면 준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끝난 경기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아쉽긴 아쉽다”고 밝혔다.

김보름의 이런 발언이 전달되면서 일부 네티즌은 김보름에게 악플을 쏟아냈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들어오고, 노선영이 막바지 한참 뒤떨어져 들어오면서 팀워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은 김보름이 경기 뒤 미소를 짓는 태도까지 문제를 삼았다.

여자 팀추월은 400m 트랙 6바퀴를 돌아 순위를 매긴다. 보통 두 팀이 경쟁하는데 각팀 3명의 주자 가운데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기록을 잰다.

팀의 리더인 김보름은 가장 앞에서 타면서 공기의 저항을 줄이면서 동시에 뒤에 쫓아오는 선수들의 힘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김보름은 이날 6바퀴 중 3바퀴에서 선두로 나서면 한국팀을 이끌었다. 박지우와 노선영은 각각 1바퀴반씩 선두 자리를 책임졌다.

막판 1바퀴를 남기고는 김보름과 박지우가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하지만 노선영이 한참 처져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은 3분03초76으로 전체 8개팀 가운데 7등을 했다. 만약 노선영이 좀더 빨리 따라붙었다면 3초 이상 당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노선영을 놔두고 둘만 달렸다”고 했는데, 나중에 박지우는 “너무 시끄러워서 뒤에 떨어진 것을 몰랐다”고 했다.

노선영은 이번 올림픽 출전 이전부터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착오로 1500m 출전권이 없어 팀추월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일주일도 안돼 출전권 회복으로 올림픽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지만, 몸과 마음의 상태가 정점인 상황이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와 비한체대의 파벌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셋은 모두 한체대 출신으로 같은 지도자한테 배웠다. 한 때 팀추월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여자 팀추월은 2400m를 주파할 수 있는 장거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개 개인훈련을 통해 2400m에 능력을 키우고, 셋이 호흡을 맞추는 팀추월 연습을 종종 한다”고 설명했다.

노선영은 이날 최선을 다했다. 이미 출발 전에 자기가 해야할 역할을 배분했고, 그 전술에 따라 선수들이 움직였다. 한 빙상인은 “팀추월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노선영도 자기 역할에 충실했고, 1, 2번 선수들이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 선수는 이날 경기 전에 함께 어울리면서 팀 호흡을 조절했다. 다만 경기 뒤 평생 승부만을 생각하고 달려온 20대의 김보름이 팀추월 4강 탈락을 두고 아쉬움을 여과없이 토로한 것으로 보여진다.

스포츠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 체육대학 교수는 “김보름의 섭섭함을 토로하는 방식을 문제삼을 수 있지만, 김보름이 한 말을 틀리다며 부정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는 경기력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우리 사회가 ‘을’의 말은 다 맞고, 약자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을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필요하지만 사회적 논리를 스포츠에 적용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악성 댓글에 김보름은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은 상태이고, 앞으로 남은 팀추월 7~8위 결정전 출전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셋이 다시 의기투합해 나올 수도 있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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