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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0 13:11 수정 : 2018.02.20 20:33

민유라-알렉산더 갬린 짝이 20일 경기 뒤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경기 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자부심 가득
“막판 홀로아리랑 클라이맥스 때 커다란 감동 느껴”
갬린도 “태극기를 몸에 달고 스케이트 탄 것 같아”

민유라-알렉산더 갬린 짝이 20일 경기 뒤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아리랑 선곡이 위험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밀어부쳤고 결국 올림픽에서 해냈습니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뒤 민유라(23)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을 골랐을 때 메인 코치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보조 코치들이 (심판들이 모르는 곡이어서) ‘위험하다’고 만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고집해서 ‘아리랑’을 올림픽까지 와서 연기를 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민유라는 이날 아이스댄스 짝 알렉산더 갬린(25)와 함께 한국 선수 첫 올림픽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 출전했다. 이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수 소향의 노래 ‘홀로아리랑’을 배경으로 4분 남짓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국외 심판진이 낯선 곡들에 박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어 선곡 당시 코치 뿐 아니라 한국인 아이스댄스 심판마저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서라도 (유명한 곡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유라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어서 더 고집했던 노래인데, 출전권을 획득할 때도 당당하게 이 곡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 우리 주장을 밀어부쳤다“고 되돌아봤다.

또 민유라는 이날 경기에서 입었던 맞춤한복에 대해서도 “경기를 위해 훈련용 재킷을 벗는 순간 관중들이 의상을 보고 환호해줬다”며 “관중들의 응원이 좋아서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유라-갬린 짝은 경기 막판 최고조로 이른 ‘홀로아리랑’ 음악에 맞춰 한국적인 선을 강조한 춤으로 큰 감동을 줬다. 민유라는 “마지막 음악이 정점으로 갈 때 마치 내가 내 연기를 관중석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스스로 큰 감동을 느꼈다”고 벅찬 느낌을 밝혔다.

이어 민유라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엄마도 늘 ‘넌 한국 사람이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저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갬린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한복을 입고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태극기를 몸에 붙이고 스케이팅하는 기분”이라며 “한국이 나를 받아줬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벅찬 소감을 드러냈다. 갬린은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비용이 모자르자 노후자금을 지원해준 부모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모님의 희생에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강릉/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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