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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0 16:50 수정 : 2018.02.20 21:00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8위
첫승은 못했지만 2호골 성공
머리 감독 “슬픈 굿바이” 눈물
격려하며 팀워크 맞춘 선수들
“압박 컸지만 기억 오래 남을것”

남북 선수들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프다.”

세라 머리(30)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총감독은 2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웨덴과의 7~8위 순위결정전(1-6 패) 뒤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올림픽 폐막 뒤 헤어져야 할 때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다. 슬픈 굿바이가 될 것이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또 단일팀을 맡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하면서 35명으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올림픽 본선 여정이 끝났다. 성적은 5경기 전패(2득점 28실점)로 8위. 하지만 순위가 전부는 아니다.

단일팀은 거의 매 경기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팬몰이를 했고, 랜디 희수 그리핀은 일본전에서 올림픽 데뷔골을 터뜨렸다. 단일팀 덕분에 평창올림픽의 다른 경기는 흥행 외부효과를 누렸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단일팀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칭송했고,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의 앤절라 루제로 아이오시 위원은 “단일팀은 노벨평화상감”이라고 했다.

경기도 연천에서 온 김학용(64)씨는 이날 “단일팀 선수들이 힘과 기술이 모자라지만 악착같이 뛴다. 단일팀 경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면 남북 교류전이라도 열었으면 좋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단일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날 1피리어드에서 박종아의 패스를 받은 한수진이 득점하자 일부 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환호했다.

세라 머리 총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박철호 북한 감독.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머리 총감독은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으로 결정된 단일팀을 맡았을 때는 어떻게 팀을 하나로 만들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남북의 선수들을 똑같이 대했고,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따라주었다. 선수들이 일등공신”이라고 칭찬했다. 북한의 박철호 감독도 머리 총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팀 융합을 도왔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신소정은 “단일팀의 압박감이 컸지만 북한 선수들이 함께 어울리려고 했고 잘 따라왔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리 총감독은 이날 이연정과 후보 골리 한도희를 투입하면서 세번째 예비 골리만 빼고 남한의 모든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도록 배려했다. 북한 선수 12명 중 정수현, 려송희, 김은향, 황충금, 진옥, 김향미 등 6명은 최소 한 경기라도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스웨덴전에서 4분여를 뛴 북한의 김향미는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세라 머리 총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마치고 신소정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단일팀 선수들은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한다.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남한의 박종아와 북한의 정수현이 성화를 들고 계단을 올랐을 때의 감동은 추억으로 남았다. 경기에 나서기 전 라커룸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고, 좋은 플레이에 서로를 안아주고, 생일파티를 열거나 경포 해변을 거닐며 ‘한 팀’이 됐던 일들은 영화의 소재가 될지도 모른다.

이날 마지막 경기에 아침 8시부터 나와 표를 구하려는 관중들은 단일팀 경기여서 평화에 대한 희망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충북 청주에서 엄마와 함께 하키경기장을 찾은 대학원생 유보름(27)씨는 “승패보다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단일팀 선수들은 경기 뒤 링크 중앙에 모여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쳤다. 선수들한테 코리아는 하나였다.

강릉/김창금 황금비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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