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3 18:41
수정 : 2018.02.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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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차량에 타고 있다. 인천공항/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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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방카 만찬 회동
만찬 전 35분간 비공개 접견
상춘까지 150여m 환담하며 걸어
김정숙여사 “마음이 너무 기다려졌다”
상춘재서 1시간30여분 만찬
한·미 포도주 나란히 테이블 위에
만찬 뒤 가야금·해금 협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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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차량에 타고 있다. 인천공항/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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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감사를 표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보좌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과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해주신 덕분이다.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러 차례 사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관심과 협력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마련된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기조를 ‘평창 이후’까지 이어가는 데에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동맹이자 우방으로서 공통의 가치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전략에 대한 우리의 약속(commitment)을 재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동시적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미국의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방카 보좌관은 앞서 이날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도 “한국 국민과 함께 우리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게 돼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 소속인 제임스 리시 공화당 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등 5명과 방한했다. 만찬에는 이들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도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들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일행을 ‘정상급’ 예우로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서 저녁 7시30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35분 동안 이방카 보좌관과 비공개로 접견했다. 접견 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에 먼저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이방카 보좌관을 맞았다. 애초 차량 영접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하기로 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두 사람은 상춘재 들머리까지 150여m를 함께 걸으며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눈이 왔는데, 한국에서는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온다. 평창에는 훨씬 더 많은 눈이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상춘재 들머리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정숙 여사는 “오신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기다려졌다”며 이방카 보좌관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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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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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초청 공식만찬은 저녁 8시20분께부터 1시간30여분 동안 이어졌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상춘재로 초청받은 외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유일하다. 이방카 보좌관을 사실상의 정상급으로 예우하는 파격적 배려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 때 펜스 부통령이 오신 데 이어 폐막식에 이방카 보좌관과 대표단이 오신 것에 한국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가를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할 때마다 평창 올림픽 경기 준비가 잘되고 있는지, 티켓 판매가 잘되고 있는지 물어봤다”고 할 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렇게 장중한 청와대에 초대해주셔서 미국 대표단과 선수들을 대신해 고맙고 영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만찬 차림은 채식 위주의 한식이었다. 이방카 보좌관은 돼지고기나 갑각류 등을 먹지 않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코셔’ 식단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리로 두부구이와 비빔밥, 콩나물국 등이 나왔고, 만찬주로는 한·미 화합을 상징해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 ‘여포의 꿈’과 미국 내파밸리산 적포도주가 함께 나왔다. 만찬 뒤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소속 해금 연주자 안수련씨와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씨가 ‘클레멘타인’ ‘매기의 추억’ ‘금발의 제니’ 등 3곡을 연주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방카 보좌관에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받는 반다비·수호랑 인형을 선물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만찬 뒤 전용차량을 타고 강원도로 이동해 짐을 풀었다.
앞서 이방카 보좌관은 이날 오후 4시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쪽에서는 차관보급인 이욱헌 외교부 의전장과 조구래 북미국장 등이 공항에서 영접했다. 통상 의전장은 외국 정상이 공식 방한할 때 공항 영접에 나선다. 이방카 보좌관은 입국장에서 “이곳에 와서 기쁘고, 며칠간의 멋진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외교부 공동취재단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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