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4 22:24
수정 : 2018.02.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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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보름이 큰절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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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매스스타트 2위로 들어와 값진 은메달
팀추월 팀워크 부족 논란 등 마음고생 심해
역경 딛고 온힘 다하자 관중들 박수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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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보름이 큰절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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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은 생각하지 않았다. 죄송한 마음 외에는 다른 것이 없었다.”
올림픽 은메달의 값진 성과를 거두고도 김보름의 목소리는 작았다. 몰려든 취재진은 알아듣기도 힘든 그의 말을 잡아채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김보름(25·강원도청)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32초99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믹스트존으로 고개를 떨군 채 나왔다. 이미 빙판 위에서 관중을 향해 큰절을 하면서 울컥했던 그의 눈가엔 눈물 자국도 남았다.
김보름은 “지금 떠오르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 다른 말은 못할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보름은 “죄송한 마음이 커서 국민께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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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보름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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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19일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박지우(한국체대), 노선영(콜핑팀)과 팀을 이뤘지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노선영과의 간격이 너무 커지면서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터뷰 때 허탈한 웃음을 짓는 표정도 비웃는 것으로 비쳐졌다.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네티즌의 악플이 이어졌다.
김보름은 21일 남녀 팀추월 7∼8위 결정전 때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관중석의 안방 팬들의 환호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김보름이 팬들의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 스케이팅을 하고싶어도 스케이팅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보름이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문을 잠그고 울며, 밤새 뒤척인 김보름은 그러나 다음날 오후에 훈련장에 나와 다시 스케이트 끈을 묶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의 관중은 김보름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큰 소리로 응원했다. 그가 소개될 때 김보름의 이름을 연호했고, 마지막 스퍼트를 낼 때는 함성이 더 커졌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경기를 준비할 때 힘들었는데 그래도 응원 소리가 들려 힘이 됐다. 응원 덕에 잘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김보름은 이번 올림픽에서 인생의 가장 큰 고비를 만났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보름은 경기장을 찾겠다고 밝힌 어머니에 관한 질문에, “그 일이 일어난 뒤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께도 연락드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딸이 걱정돼 많이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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