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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5 19:08 수정 : 2018.02.25 20:49

한국 스키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이상호가 25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
준결승선 0.01초차 극적 역전승

한국 스키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이상호가 25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자고 일어나면 꿈일 것만 같아서 잠들기가 무서웠습니다.”

한국의 겨울올림픽 설상 종목 역사상 첫 메달을 따낸 ‘배추보이’ 이상호(23)는 25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메달 획득을 “꿈같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날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아시아 선수가 이 종목 시상대에 오른 것도 이상호가 처음이다. 그는 “아직 너무 기쁘거나 그런 느낌이 없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얼떨떨해했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한 사연 때문에 ‘배추보이’가 된 이상호는 한국 피겨에 새 장을 연 김연아 선수를 롤모델로 여기며 자신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왔다. 그는 2017년 3월 터키 월드컵에서 2위에 오르며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선 듯했으나 이후 월드컵 성적은 단 한번도 톱5 안에 들지 못했다.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장비를 교체하는 모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상호는 “올림픽을 앞두고 장비를 교체하는 것은 모험이었다”며 “5~6년을 써오던 부츠가 있었지만 새로 택한 부츠가 저의 라이딩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상헌 감독은 “올해 월드컵 성적이 안 좋아서 부담스웠지만 강한 정신력에 기술을 접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예선 3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고비였던 준결승에서 예선 2위인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상대로 0.01초 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상호는 “준결승 진출도 만족스러운 결과여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집중한 게 좋은 결과가 됐다”며 “경주 마지막에는 도저히 결과를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어 넘어질 각오를 하고 손을 센서 쪽으로 내뻗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끈기가 없어서 쉽게 포기한 것들이 많지만 스노보드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행복했다”는 그는 “이번 결과가 어느 정도 김연아 선수의 자리에 조금 다가간 것 같아서 자랑스럽다”는 말도 남겼다.

평창/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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