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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6 22:03 수정 : 2018.02.27 11:00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시진핑 주석 특별대표에 협력 당부
“북-미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해”
김영철 “미와 대화 용의” 또 강조
미 “비핵화 조처 이어져야” 관망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평창겨울올림픽이 만들어낸 화해의 훈풍에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올림픽 기간 연기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고, 북-미가 날 선 공방을 재개하면 한반도 상황은 언제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쟁 위기설’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폐막 직후부터 ‘평창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류옌둥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국이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부총리는 이에 적극 공감하며, “올해 들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완화 추세를 중국은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핵화란 원칙을 밝혔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비핵화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체제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북핵 문제가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만들어졌다는 인식에 바탕한 것이다. 실제 1990년대 초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뒤 남쪽은 소련(러시아), 중국과 수교를 했지만, 북쪽은 미국,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1차 북핵 위기(1993년)의 빌미가 됐다.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부위원장 등 북쪽 대표단을 오찬을 겸해 만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분위기 조성 노력을 적극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 국가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를 위해 좀더 가시적인 조처를 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전날에 이어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북의 이런 행보에 미국 쪽은 일단 관망하는 모양새다. 미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각) 북쪽 대표단이 ‘대화 용의’를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 조처로 이어질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밝은 길이 북한을 위해 열릴 수 있다”며 “최대의 압박 공세는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쪽 메시지의 맥락과 추가 정보 등을 파악한 뒤 미국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우리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북·미가 대화의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 ‘평창 체제’가 만들어낸 동력이 소진될 수 있다. 북-미 대화를 조기에 성사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당분간은 시차를 둔 남북, 북-미 삼각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남-북-미 3각 구도를 이루고 있는 3개의 양자관계(남북, 한-미, 북-미) 가운데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남북, 한-미 관계를 통해 북-미 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선 북쪽이 조금 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과거 북쪽은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란 말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곤 했다. 둘째,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에 대한 화답이다.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미사일 시험을 유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라는 얘기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정치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선 북핵의 ‘기술적 완성’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이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선언하면, 일종의 ‘기술적 동결’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선 북-미 대화에 나설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은 그간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대화의 ‘입구’를 핵·미사일 활동 동결로, 출구를 비핵화로 하는 2단계 방안을 제시해왔다”며 “동결에서 비핵화까지 가는 길도 대단히 멀고 험난한 여정일 테지만, 지금으로선 대화의 입구에 어떻게 도착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성연철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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