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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BAR_올림픽과 정치인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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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요새 가장 인기 있는 채팅방은 ‘고독한 ○○○방’입니다.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카카오톡에 채팅방을 만들어 글이 아닌 사진, 영상으로만 대화하는 채팅방인데, 텍스트를 사용하면 절대 안 되고, 말을 할 경우 ‘강퇴’ 당합니다.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는 방은 ‘안고독한 ○○○방’이라고 부릅니다.) 홀로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독백으로 음식을 즐기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패러디하며 시작됐다고 합니다.
‘고독한 ○○○방’은 인기의 척도입니다. 유명하고, 인기가 높은 인사일수록 ‘고독한 ○○○방’이 개설되고 순식간에 채팅방 제한인원 1000명이 가득 찹니다. 당연히 평창겨울올림픽 스타들의 방은 선수별로 개설됐고, 특히 여자 컬링 대표팀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나, ‘영미야’의 주인공 김영미 선수의 방은 인기만큼 두 선수의 다양한 포즈와 표정이 담긴 사진이 오늘도 무수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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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독한 김은정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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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반대로 올림픽 기간, 그리고 폐막 이후에도 ‘고독한’의 사전적 의미인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부 정치인들입니다. 이들은 올림픽 기간 과도한 색깔론을 제기하거나 막말을 이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또 부적절한 행동으로 ‘특혜 논란’에도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독한 그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들이 왜 올림픽을 즐기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는지 텍스트로 되짚어 보는 ‘고독한 ○○○방’을 정치BAR가 개설해봅니다. 물론 앞으로는 스포츠 정신과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정치인들의 ‘미담’이 많이 나와 국민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고독한 정치인방’이 많이 개설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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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선수들을 제치고 ‘셀럽’이 됐습니다. 1월19일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올림픽 헌장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단일팀 구성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는 측면을 용납하기 어렵다”, “북한이 1936년 (나치의) 베를린 올림픽을 연상시킬 만큼 이번 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는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등의 주장이었죠.
나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알리자, 많은 이들의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더라도 “그동안 올림픽 유치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왜 세계적 망신을 시키냐” 등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라는 청원은 27일 현재 36만여명이 동참했습니다. 이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는 청원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참여한 청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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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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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나 의원은 언론인터뷰 등에서 “북한 선수단이 오는 것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반대한 것이다. 오해가 있다. 정말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을 반대하더라도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덧칠하려는 정치인들의 의도에 활용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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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사의 오보로 북한 응원단의 ‘미남 가면’을 두고 ‘김일성 가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를 적극 전파한 이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입니다. ‘왕년의 주사파’였던 그의 주장이라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지만 해당 언론사가 오보를 인정하고, 통일부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북한에서 최고의 미남은 김일성이다”고 주장했죠. 김일성 주석의 얼굴을 응원 소품에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신세대 우상화를 한국에 와서 실험한 것”이라는 ‘창조적 논리’를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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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 응원단 가면 논란과 관련해 질문하던 중 “김일성과 상관없냐”며 응원단 가면이 인쇄된 종이를 찢고 있다. 국회영상회의록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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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계주 이어가듯,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여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항해 응원단 가면과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진을 찢으며 “전혀 김일성과 상관없는 것이냐. 이렇게 막 찢어버려도, 짓밟아도 되냐”고 거듭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예, 예”라고 답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조명균 장관의 대답에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지었죠.
일부 지지층들은 이들의 발언에 공감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김일성 가면’ 논란이 해프닝으로 그친 건 과거와 달리 더는 색깔론에 동요를 받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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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16일 아침 윤성빈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티브이(TV)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물감’을 느꼈습니다. 스켈레톤 관계자 외에 화면에 얼굴이 비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때문이었죠. 이물감의 정체는 곧 드러났습니다. 박 의원이 에이디(AD:accreditation·인가)카드 없이 피니시 라인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바로 ‘특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윤성빈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피니시 라인에 들어가지 못한 채 멀리서 윤성빈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박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초청 게스트(Distinguished Guest Pass)로 갔다”며 “응원을 가게 된 경위는 설날 아침이라 다른 날보다 응원 오시는 분들이 적을 수도 있고, 스켈레톤 경기가 잘 안 알려졌으니 응원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의해 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돌아선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후 이보 페리아니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이<에스비에스>(SBS)인터뷰를 통해 “저는 박영선 의원이 누군지 모른다. 윤성빈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하라고 강신성 회장(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을 들여 보냈다. 그랬더니 함께 있던 일행들이 따라 들어간 것이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논란은 당시 박 의원이 입었던 ‘평창 패딩’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에게 지급된 61만원 패딩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쏟아졌습니다. 결국 의원들은 패딩 반납을 검토 중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이 정치인이 받는 특혜나 의전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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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의 위기다. 언론 환경이 어려워졌다. 방송이 탈취됐고, 신문이 압박당하고, 포털이 다 넘어갔고 이제 남은 것은 페이스북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페이스북에 써놓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야기해본들 제1야당 대표의 말이 기사가 안 된다.”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 때, 우리가 힘써서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저들이 북의 체제 선전장으로 만드는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신문에 난 일도, 방송에 난 일도 없다.”
자유한국당이 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며 연 ‘살인전범 김영철 도둑방한, 친북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말입니다. 자신의 고독함(?)을 셀프 인증했네요. 물론 제1야당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여러 환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올림픽 초기부터 제기한 ‘평양올림픽’ 프레임은 비교적 성공적인 올림픽 운영과 외신들의 호의적인 평가 속에서 묻히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엔 대해선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국가적 이벤트인 올림픽을 색깔론으로 덧칠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날 함께 연단에 오른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일컬어 “과연 이게 대한민국 5000만 대통령인가, 북조선 인민주의 김정은의 친구인가?”라고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4년 10월15일 남북군사회담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쪽 대표로 참여했고, 앞서 2014년 10월4일 연평도 포격 주역으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여할 당시 새누리당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습니다. 통일대교 점거 등 거리투쟁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내가 하면 대화,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이율배반적 태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싸늘한 여론을 뒤로하고 그들의 거리투쟁은 ‘태극기부대’가 주축인 대한애국당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대한애국당은 ‘고독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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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컬링은 2014년 러시아 소치겨울올림픽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컬링 선수들과 함께 언론의 조명을 받은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국내 컬링의 메카 경북 의성에 지역구(군위·의성·청송)를 둔 그는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의성에 있는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은 2006년에 건립됐는데, 당시 17대 국회(2004~2008) 초선이던 그가 컬링 전용 경기장 건립 예산 확보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4년 전 이맘때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컬링 대표팀 응원을 위해 러시아 소치로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컬링경기장이 경북 의성에 하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성은 한국 컬링의 메카로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컬링경기장 옆에 있는 제 고향 의성의 후배들이 컬링선수가 됐고, 저도 작년에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에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조용한 모습입니다. ‘친박’ 핵심인사인 그는 현재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진박 감정용’ 여론조사를 실시한 데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의원 대신 지난 25일 여자 컬링 결승전 응원이 펼쳐진 의성실내체육관에서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의 응원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북 안동인 지역구인 그는 최근 6월 지방선거 경북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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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빨간 옷 입은 이) 지난 25일 여자 컬링 결승전 응원이 펼쳐진 경북 의성실내체육관에 응원을 하고 있다. 김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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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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