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18 18:16
수정 : 2018.03.18 19:01
“나도 했듯이 모두 할 수 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장애인들이 많은 걸 안다.”
17일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1위로 들어오며 겨울 패럴림픽 사상 첫 한국 금메달리스트가 된 신의현 선수의 말은 그가 이룬 성취 못지않게 울림이 컸다. 신 선수는 지난 열흘간 두 팔로 7개 종목, 모두 64㎞를 달렸다. 대학 졸업식 전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3년 동안 절망에 빠졌던 그는 “다리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머니의 격려와 가족들 사랑에 힘입어 스포츠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탈리아와의 3-4위 결정전에서 종료 3분18초를 남기고 정승환 선수의 도움주기와 장동신 선수의 골로 승리한 뒤,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남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무엇보다 늘 텅 빈 경기장에 익숙했던 장애인 선수들은 빼곡한 관중석과 선수들을 연호하는 응원소리를 영원히 못 잊을 것이다. 4위를 차지한 휠체어컬링팀, 46살 나이에 노르딕스키 선수로 도전에 나선 세 딸의 엄마 이도연 선수, 끝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준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 양재림 선수와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등 모든 출전자들에게 관중들은 아낌없는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평창에 머물며 경기 응원에 나선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애초 우려와 달리 34만여장의 티켓이 판매돼 밴쿠버와 소치의 기록도 훨씬 뛰어넘었다.
국민들의 관심에 비해 지상파 3사의 중계는 실망스러웠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 편성시간이 늘긴 했지만, 일본·미국·프랑스 등에 비해 양적으로도 뒤지고 하이라이트 위주거나 자막방송과 수어통역 등이 되지 않은 방송이 눈에 띄었다. 아이스하키 중계 때문이라지만, 신의현 선수의 금메달 순간에 교차중계를 한 곳이 하나도 없었던 것도 문제다.
88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복지가 한 단계 성장했듯, 평창 이후는 한 단계 더 달라져야 한다. 엘리트체육의 기회가 없는 장애인들 대부분은 생활체육을 통해 스포츠에 입문한다. 패럴림픽을 전후해 선수 일부에 대한 ‘반짝 관심’이 아니라,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생활체육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겨울패럴림픽 최대의 성적을 거둔 한국팀 등 49개국 567명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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