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스쿨미투’,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다
지난 4월 용화여고 스쿨미투 시작으로
반 년 동안 전국 65곳으로 번져
‘교내 성폭력 고발’ 글만 130만건
성평등한 학교 공동체 만들자는 외침
지역 시민사회서도 ‘위드유’로 응답
사립학교 등 가해교사 솜방망이 징계 여전
문제 해결보다 ‘고발 학생 색출’에 혈안
“학교, 이젠 바뀔 때도 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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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용화여고 학생들의 ‘창문 미투’를 오마주한 행위극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용화여고는 졸업생들이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뒤 재학생들이 창문에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문구를 붙이며 스쿨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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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대구, 부산, 충청, 전라, 경남…. 전국 어느 한 곳도 예외가 아니다. ‘스쿨미투’(#SchoolMetoo, 교내 성폭력을 고발한다) 이야기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스쿨미투를 시작으로 10월 현재까지 초·중·고교를 포함한 전국 65곳에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고발 관련 글만 130만 건이 넘는다.
# 국감에도 등장한 교내 성폭력 이슈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지난 10월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한 학교 65곳 가운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이사회가 가해 교사를 해임·정직하지 않으면 현행법상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스쿨미투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 밝혔지만, 반 년 넘게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진 스쿨미투에 대한 기성세대의 응답이 너무 늦다는 의견이 많다. 고1 딸을 둔 학부모 정상미씨는 “두발 자유화도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반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스쿨미투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학교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지금도 동창들 만나면 이야기해요. ‘그때 그 남교사 아직도 학교에 있으려나’ 하고요. 당시 학교에서 성희롱, 성추행으로 유명한 교사들이 두려워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제야 제대로 터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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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용화여고 학생들의 ‘창문 미투’를 오마주한 행위극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용화여고는 졸업생들이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뒤 재학생들이 창문에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문구를 붙이며 스쿨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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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 시민단체들도 ‘위드유’
“너희는 훌륭한 씨를 품을 밭이 될 몸이다. 그러니 좋은 음식 많이 먹어라”, “옷을 벗을 거면 공개적으로 벗어 봐라”, “강간당할 거 같으면 오줌 싸라”,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이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야하게 입으면 성폭력 당한다”
공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교실에서, 아이들 앞에서 한 말이다. 대구 ㅎ여고, 대구 ㅅ여중, 충북 ㅊ여중·고, 경기 ㄱ여중, 경기 ㅎ여중, 경기 ㅈ고, 인천 ㅂ여중, 인천 ㅅ중, 인천 ㅇ여고, 서울 ㄷ여고, 서울 ㄱ중, 부산 ㅁ여고 등 트위터에 ‘스쿨미투’를 검색하면 수많은 공론화 계정이 나온다. 최근 경남 ㅈ여중 학생들은 중앙현관에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기자와 만나거나 통화한 스쿨미투 계정 운영자들은 ‘후배들에게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세대부터라도 학교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학생들의 이 같은 성폭력 고발에 학교가 아닌 지역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연대했다. 지난 10월8일에는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15곳이 모인 ‘인천여성연대’를 통해 시민 2110명이 교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 인천 안에서만 다섯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나왔다.
지난 10월10일에는 충남 지역 시민단체들이 논산여자상업고등학교의 고발에 ‘위드유’(With you)로 응답했다. 학교가 가르치고 지켜내야 할 가치는 성평등한 사회라는 것이다. 논산여상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인문계 학교뿐 아니라 졸업 뒤 취업과 바로 연결되는 특성화고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완벽하게 갑·을이다”라며 “선생님의 한마디에 학생부 내용이 달라진다. 이를 악용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교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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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3일 오후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청페모 등의 주관으로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열린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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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의 ‘여성혐오’, 지긋지긋하다
스쿨미투가 나온 학교 65곳 가운데 80%가 사립학교다. 사립학교는 교육청이 직접 징계하지 않고 학교 쪽에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사립학교 재단 내부 ‘룰’에 따라 ‘그때 그 (성폭력 가해)교사’가 20년이 넘도록 교단에 서는 경우가 많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오예진 위원장은 “사립학교는 가족 경영을 하기 때문에, 고발을 해도 감춘다. 교육청이 처벌을 권고해도 안 하면 그만이다”라며 “성폭력 가해 교사가 여전히 재단에서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상황이고, 이건 전국의 다른 사립학교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용화여고는 지난 8월 말 가해 교사 18명을 파면, 해임, 계약해지 하는 등 20건의 징계를 내렸다.
오 위원장은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퍼진 데에는 용화여고 공론화가 영향을 줬다. 비교적 잘 마무리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며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가해 교사 개인뿐 아니라 학교 공동체의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해 교사는 교사가 아니라 범죄자입니다. 언제까지 후배들이 가해 교사들에게 배워야 하는지 늘 답답했지요.”
오 위원장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노원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학교 구조 변화를 위한 티에프(TF)에 참여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내실화, 스쿨미투 발생 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 처리, 지역 내 학교 전수조사, 교내 성폭력 발생 처리 매뉴얼, 임용 전 교사에 대한 성평등 교육,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강제성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성폭력 고발 학생 ‘색출·협박’에 바쁜 학교들
국회 교육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원 성 비위 징계는 2014년 44건에서 2015년 97건, 2016년 135건, 2017년 163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의 양지혜씨는 “이 자료를 놓고 단순히 ‘징계 건수가 많아졌다’고 분석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학교 안팎에서 성폭력은 늘 있어 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페미니즘 이슈와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하면서 공교육 현장에서도 ‘성폭력인 줄 모르고 대충 웃으며 넘어갔던 음담패설’ 등이 범죄라는 걸 청소년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육 12년 과정이 대학입시에 초점 맞춰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사가 써주는 학생부 한 줄’의 의미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더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 고교 재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등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요즘,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와 몸담고 있는 학교를 ‘고발’한다는 것은 십대 청소년들에게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고발 계정을 운영하는 중·고교생들은 “이제는 학교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내 성폭력 고발 및 공론화에 학교 관리자들은 ‘색출과 협박’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자와 만나거나 통화한 스쿨미투 해당 7개교 8명의 학생들은 “스쿨미투에 대한 학교쪽 반응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똑같다. 공론화한 학생 색출, 교장·담임교사를 통한 추궁, 부모님 소환,
‘너를 경찰서에 넘겨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 등이 문제 해결의 전부”라고 입을 모았다. 스쿨미투 계정을 운영하는 고교생 ㅇ양은 “학종으로 대학 가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려지면 학생부에 좋은 말이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고발 계정을 열면서 많이 떨렸다. 색출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너네 대학 가려면 스쿨미투 같은 거 하지 마’라는 등 성폭력 이슈를 입시와 연관지어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전했다. 시대는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젠더 감수성, 성차별·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퇴물급’이라는 이야기다.
스쿨미투는 가해 교사뿐 아니라, 또래 남학생에게 언어·신체적 성폭력을 당하는 등 ‘있는 그대로의 교실 현장’을 고발한다. 청페모의 ‘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에서 활동하는 고교생 김나윤양은 “스쿨미투는 여학생들이 더이상 성폭력에 고통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모인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어른들이 이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월3일 오후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청페모 등의 주관으로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열린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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