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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9 06:47 수정 : 2006.02.09 22:33

원론-각론 다르고 두루뭉술 ‘아전인수’

합의서 조항 “한국법 존중하되 미국에 해 안돼야”
한국 보상요구에 럼스펠드 “소파 우선 적용돼야”
청와대, 별도협정 필요하다면서도 대책은 소홀

용산기지 등 반환·이전 대상 62개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 분담 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은 그동안의 정부 발표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께부터 본격화한 한-미 협상의 근거 규정은 △2000년 12월 2차로 개정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2003년 5월 채택된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 등 모두 네가지다.?5c(표 참조)

정부는 2003년 5월의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앞으로 정부에 반환되는 주한 미군기지는 사전 환경조사에서 오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미군 쪽이 자신의 비용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국이 2011년까지 4천만평의 기지를 반환하는 과정에서 100% 환경오염 치유 책임을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4년 10월 용산기지이전 협상을 완료한 뒤에는 국방부 당국자가 “환영오염 치유 비용은 미국 쪽이 댄다”고 공식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의 실상은 한국 정부의 이런 설명과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우선 주요한 근거규정이었던 2003년 5월의 ‘절차 합의서’를 놓고 한-미간의 해석이 엇갈렸다. ‘절차 합의서’는 “공여·반환 기지 터에 대해 한-미 공동 환경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소파 환경분과위에서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반환 시설·구역은 미국 쪽이, 공여 시설·구역은 한국 쪽이 비용을 부담해 치유한다”며 관련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는 절차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되, 환경관리기준을 미국의 기준 및 정책과 주한미군을 해함이 없도록 개발”하도록 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한국은 이 문구의 앞쪽을, 미국은 뒤쪽을 중시했다.

한국에 반환될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반환 대상인 경기도 파주시 선유리의 자이언트 부대 안에 7일 각종 쓰레기와 오일탱크 등이 널려 있다. 이곳에 주둔했던 미군 병력은 다른 부대로 옮겨가, 현재 비어 있는 상태다. 파주/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실제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한국 환경기준에 맞춰 오염문제를 해결한 뒤 반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등은 “국제법인 소파 기준이 있는데, 어떻게 한국 국내법이 국제법에 우선할 수 있느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소파 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 등에서도 지난 2001년 1월 체결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와 2000년 12월 개정된 소파 제4조1항 등을 내세워 자신들에겐 원상회복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양해각서’에 명시된 것은 미군의 환경오염 보상 기준인 ‘KISE(키세)’에 한정된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한미 공동조사 절차 및 치유 원칙’을 따르지만, 기지 반환에 따른 환경오염 사안들은 소파 제4조1항 규정에 따라 미국쪽이 원상회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키세’란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의 약어로, ‘인간 건강에 대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이다. 이는 특별하게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나 중대한 오염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 쪽은 ‘절차 합의서’와 토양환경보전법 등 국내 법규정을 들어 미국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 안에서도 2003년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및 지난해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 등을 통해 “미국이 기지이전에서 환경오염 비용을 부담하려면 별도 협정을 맺는 게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의 협상이 잘못됐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제시되는 독일 라인마인 미 공군기지 반환 협상의 경우에도 이전 비용과 환경오염 치유 비용 모두 독일 쪽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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