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반환될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반환 대상인 경기도 파주시 선유리의 자이언트 부대 안에 7일 각종 쓰레기와 오일탱크 등이 널려 있다. 이곳에 주둔했던 미군 병력은 다른 부대로 옮겨가, 현재 비어 있는 상태다. 파주/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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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상, 기름탱크 제거 등 일부만 미국몫 ‘가닥’
정부 ‘오염자 부담 원칙’ 발표와 달라 논란
용산기지 등 반환·이전 대상인 62곳 주한 미군기지의 오염과 관련해 그 치유(정화)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 쪽이 부담하기로 했으며, 그 부담액은 최대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이 돌려받을 주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 부담 문제와 관련한 한-미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어 조만간 협상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상은 오염 사례별로 보상기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기지 안의 유류탱크 제거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선 미국 쪽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미국 쪽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치열한 논전이 있었다”며 “‘주둔군지위협정’(소파, 2000년 12월 2차 개정) 및 ‘미군 반환 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2003년 5월) 등 미군기지의 환경과 관련한 한-미 합의 내용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환경 치유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 쪽이 부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반환 대상 기지 가운데 가장 큰 덩어리인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에도 환경오염 치유 문제는 ‘소파 및 관련 합의에 따르기로 합의’한 바 있어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용산기지의 치유 비용은 9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이 돌려받을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 쪽에서 부담하게 될 것”이라던 정부 당국자들의 그간 발표·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내비쳤으나, “협상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해 왔다.
현재 협상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2001년 1월 체결)에 따라 소파 합동위원회 아래에 둔 ‘환경분과위원회’를 주요 창구로 이뤄지고 있다. 이 위원회는 환경부 정책총괄과장과 주한미군 공병참모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환경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방부, 외교부, 주한미군 당국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원만한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쪽은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 내용과 토양환경보전법 등 국내법 규정을 들어 미국 쪽의 비용 부담을, 미군 쪽은 소파 제4조 1항 등 한-미 사이 관련 합의 내용과 자국 환경 기준을 들어 한국 쪽의 비용 부담을 주장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돌려받을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미국 쪽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온 그간 정부 설명엔 해석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비용부담 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비판과 논란이 일겠지만, 독일·필리핀 등 미군기지를 돌려받은 다른 나라의 전례에 비춰보면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이런 논란으로 지난해까지 돌려받기로 한 기지 22곳에 대한 협상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환경오염 치유 결과에 따라 연도별 기지 반환 계획을 조정하겠다”며 “가능하면 계획대로 반환이 이뤄지도록 미군 쪽과의 협의를 조기에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미군 쪽은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과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며 “독일과 일본에서 있었던 사례보다 나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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