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파문에 싸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출마회견 취소해 ‘술렁’
“나와 당 분리” 불출마 계획했지만
당 만류로 오후에 출마 뜻 재확인
“지도부와 상의했고 고민 끝 결정”
홍준표 “여당, 특검 반대이유 없어져”
민주당 “지금 검경은 특검보다 세다”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파문에 싸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치권은 ‘민주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 여부를 놓고 온종일 들썩였다. 자신을 향한 야당 공세가 거세지자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 의원이 불출마 쪽으로 돌아선 뒤, 이날 경남에서 하기로 한 출마 선언 계획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의 만류로 불출마 고민을 접고, 이날 오후 4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특검 조사도 받겠다”고 강수를 두며, 경남지사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 김경수 “야당은 정쟁 중단하라” 김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출마 뜻을 확고히 한 뒤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필요하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출마 선언 계획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한시가 급한 국정과 위기에 처한 경남을 무책임한 정쟁의 늪에 그대로 둘 수 없어서”라며 “경남 현실을 도외시한 채 정쟁만 하는 일부 야당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추경의 발목을 잡고 허송세월하는 국회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 김, 주변 만류로 ‘불출마’ 뜻 접어 김 의원 출마를 둘러싼 혼선은 일정 공지와 취소가 반복되며 증폭됐다. 전날 출마 선언 일정을 기자들에게 미리 알렸던 김 의원의 이상징후가 감지된 건, 19일 아침부터였다. 경남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던 김 의원은 돌연 이날 오전 9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일정을 바꿔서 공지했다. “나 때문에 국회에서 추경, 국민투표법 개정도 안 되고 있다. 나와 당을 분리해서 가야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계획했다고 한다. 이를 사전에 알게 된 당직자들이 김 의원을 말리면서 오전 기자회견 등 모든 일정이 다시 취소됐다. 김 의원은 다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결국 출마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김 의원이 불출마를 적극 고민해서, 당이 강하게 만류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오전 10~11시쯤 김 의원의 출마 방침이 확정됐고 당의 논의를 거쳐 김 의원의 기자회견 문구를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전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를 소집해 김 의원의 출마 문제를 매듭지었고,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를 포함해서 여러 가능성을 함께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방금 발표드린 내용”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경찰이 특검보다 세…신속한 수사를” 김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부산·경남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대공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향후 수사 과정에서 김 의원을 둘러싼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올 수 있는 건 위험요소다. 당장 경찰의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가능성은 선거를 치르는 후보에게 큰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원이 ‘피의자’로서 선거를 치르면 지방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김 의원이 지방선거라는 ‘링’ 위에 오른 상황이라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과 관련한 특검 요구 등 야당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경수 의원의 출마를 반갑게 생각한다. 이제 민주당이 김기식 특검, 김경수 연루 의혹 드루킹 특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6·13 선거에만 집중하자”고 적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특검 반대’라는 방어선을 쳤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금의 경찰과 검찰은 지난 정권과 달리 정권의 말을 전혀 안 듣고 특검보다 세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게) 돈이 입금됐는지는 계좌를 보면 된다. 지방선거 전에 (김 의원이) 수사를 받으면 된다”며 빠른 수사를 요구했다.
김태규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1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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