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14 17:20
수정 : 2019.01.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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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밤 11시55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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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있는 그대로 진술해도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향후 영장심사·재판 대비 검찰 수사 암기 목적 가능성도
검찰 2차 소환 조사서 ‘법원 공금’ 횡령 의혹 등 캐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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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밤 11시55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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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4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비공개로 다시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 앉은 것은 지난 11일 1차 공개 소환 조사, 12일 피의자 조서 열람을 위한 자진 출석에 이어 세 번째다. 1차 소환 때 일제 강제노역 사건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혐의를 조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전국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횡령 혐의 등 나머지 의혹 규명에 집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도 검사의 질문에 부인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자신이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제시하면 “밑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조사 이튿날인 15일에도 자진 출석해 자신의 답변이 적힌 피의자 진술 조서를 장시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도 검사의 조사 시간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검토 시간이 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국정농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조서 검토를 했을 때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 때 작성된 조서 검토에만 무려 13시간을 할애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1박2일 조서 검토’는 무엇을 의미할까. 한 판사는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면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진술했다면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조서를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과 다르게 ‘전략적’으로 답변했다면 장시간 조사 과정에서 말실수는 없었는지, 자신의 전략에 따라 답변의 일관성이 유지됐는지를 확인해야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수사 내용 암기’라는 분석도 있다. 피의자와 변호인은 조사 중 메모는 가능하지만 이를 밖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는 검찰 수사기록도 보지 못 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과 변호인이 검찰이 확보한 주요 증거와 진술 등을 기억해뒀다가 ‘복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서를 꼼꼼하게 보겠다는 명분으로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을 머릿속에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영장실질심사나 재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양진 임재우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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