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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6 14:33 수정 : 2019.01.16 20:22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총 21시간30분 조서 열람하고도 “여전히 못 마쳤다”
정작 16일엔 ‘변호사가 다른 재판 있다’며 나오지 않아
이번 주 예상됐던 검찰 구속영장 청구 늦어질 가능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가 일주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검찰이 준비한 조사는 마무리됐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마라톤 조서 열람’이 계속되고 있다. 피의자가 검찰청 조사실에 더 나오겠다고 하는 흔치 않은 상황이다. 17~18일로 예상됐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오전 9시20분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15층 조사실에서 3차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오전 조사를 끝으로 세 차례에 걸친 전직 대법원장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오후 2시30분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열람이 시작된 만큼 이날로 모든 조사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통상적인 시간을 뛰어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마라톤 조서 검토는 이런 예상을 여지없이 깼다. 이날 밤 11시까지 8시간30분 동안 검사와의 문답 내용이 적힌 조서를 검토한 양 전 대법원장은 ‘조서 검토를 끝내지 못했다’며 검찰청에 다시 나오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16일 조서 검토는 어렵다’며 자신이 출석 가능한 날짜까지 사실상 지정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맡은 다른 사건 재판이 16일에 잡혔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명의 변호인 중 한 명에게 ‘재판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조서 검토를 미루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피의자 조서 열람은 자신의 진술이 ‘말한 대로 기재돼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특정 변호인이 참석하지 못할 경우 다른 변호인이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마라톤 조서 검토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일정 지연에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1차 조사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조서 검토에 들인 시간을 합하면 21시간30분에 이른다. 이르면 17일에 있을 마지막 조서 검토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 넘게 조서만 읽은 셈이 된다. 그가 이렇게 조서 검토에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부 법조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기보다는 ‘전략’에 따라 진술했다고 본다. 자신의 말 하나하나의 취지가 자신의 전략에 맞게끔 진술됐는지 확인하느라 초장기 조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조서 열람은 자신이 진술한 대로 조서에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그런데 이를 이렇게 장시간 이어간다는 것은 모든 진술의 전략적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런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특정 변호인이 조서 열람 때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출석 날짜를 조정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양 전 대법원장 특유의 ‘제왕적 행태’가 은연중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조서 열람은 피의자의 권리로 시간제한이 없다”며 “다만 일반 피의자라면 20시간 넘게 열람하고도 변호인 한 명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검찰 출석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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