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0 08:51
수정 : 2019.01.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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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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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재판받는 고교 후배 불러 직접 상담…상고심 재판 ‘셀프배당’ 의혹까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상고법원 도와달라, 원세훈 판결 잘 설명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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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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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가 연루된 재판 정보를 얻기 위해 법원 내부망에서 형사재판 기록을 열람하고 후배를 집무실까지 불러 자문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 재판의 상고심을 배당받기도 해 ‘셀프 배당’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투자자문업체 ㅌ사의 대표로 박 전 대법관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아무개(61)씨는 지난 2011년 통신회선 제공업체 ㅁ사를 일본 회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28억5천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의 1·2심이 진행 중일 때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접속해 이 사건의 형사재판 기록을 열람했다. 또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작성한 관련 보고서를 출력해 보고, 이씨를 직접 집무실로 불러 이 사건에 대해 자문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2심 무죄 판결 끝에, 이 사건은 2012년 8월 대법원에 넘겨졌다. 그런데 상고심은 대법원의 3개 소부 가운데 박 전 대법관이 포함된 1부에 배당됐다. 검찰은 이씨로부터 박 전 대법관에게 “상고심 재판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을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2013년 11월 ㅌ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는 형사재판 기록을 열람한 것이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18일 재청구된 구속영장 청구서에 새로운 혐의로 추가했다. 또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사건 배당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재판을 맡게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당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일하던 2015년 2월 대법원에서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만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고 있으니 잘 도와달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판결에 대해 우병우 민정수석이 불만이 많은데 설명을 잘 해달라”고 말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박 전 대법관이 재판 거래를 시도한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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