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재상고 사건, 법원행정처가 소송 지휘”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7월22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앤장 변호사 ‘사법농단’ 재판 증언
행정처, 외교부 의견서 제출도 주도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7월22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소송지휘’ 하듯 관여했다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재판에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서 일본 기업을 대리한 한상호(69) 김앤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한 변호사는 ‘강제동원 재상고 사건을 맡았을 때, 김앤장 입장에서도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양 전 원장 쪽 질문에 “추진한 게 아니다. 법원(행정처)의 ‘소송지휘’를 받아 우리가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소송지휘 하듯 당시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앞서 검찰 수사에서, 당시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 위해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촉구했고, 2015년 5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한 변호사에게 전화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고 전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가 양승태 대법원장 뜻이라고 생각한 근거가 뭐냐’는 박병대 전 처장 쪽 질문에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이 ‘전원합의체 회부 예정’이라고 하는 게 이상했다. 윗분의 허락 없이 기조실장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프레임에 협조해준 것이냐’는 박 전 처장 쪽 질문에 “제가 한 것도 아니고, (임종헌 실장의 전화를) 받은 겁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여기에 나와 있는 겁니다. 제가 뭐 때문에 거짓말하겠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