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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30 21:11 수정 : 2018.07.02 23:49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저녁 서울 동화면세점·세종로 파출소 앞에서
각각 난민 반대 집회-찬성 집회 열려
반대 집회 “자국민 안전과 보호가 최우선…난민법 폐지해야”
찬성 집회 “난민 혐오 정서는 정책의 실패…배외주의 반대”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이 먼저다! 무사증·난민법 폐지하라!”

“난민 반대에 반대한다, 정부는 유엔 난민 협약을 이행하라!”

불과 100여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구호가 맞붙었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는 ‘난민의 입국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이곳에서 70여m 떨어진 세종로파출소 앞에는 ‘난민 반대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최근 무사증 제도로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내 도심에서 난민 입국에 찬성·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30일 저녁 ‘불법난민외국인 대책국민연대’(이하 난대연)이 주최한 난민 반대 집회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최쪽 추산 1000여명(경찰 추산 700명)의 인원이 운집했다. 난대연은 △난민법 폐지 △무사증 폐지 △자국민 안전과 보호 최우선 △불법 가짜난민 추방 등을 촉구했다. 주최쪽은 연대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종말살과 대량학살에 처한 난민들은 보호해야 하지만, 단순히 전쟁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자국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징집을 피해 떠도는 이들은 난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대는 이어 “법적인 난민 지위를 악용하고, 인도주의적 자원을 착복하는 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난민법이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기관이 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난민법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난민 반대는 인종차별이 아닌 현실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6살, 4살 딸등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김아무개(47)씨 는 “이번에 문제가 된 제주도만 하더라도 무사증제도로 인해 자격기준에 맞지 않는 난민들이 무분별하게 입국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이 정말 예멘에서 정치적 핍박을 받아 온 것인지,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온 것인지 철저하게 가려내 수용과 추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종교를 비판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 남성은 무대에 올라 “이슬람권 난민들은 자신을 받아준 유럽 국가에서 각종 협박과 폭행을 일삼고 있다”며 “이들을 받아들인 유럽에서 발생한 범죄의 진실을 확인해 앞으로 자랄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동화면세점 근처 세종로 파출소 앞에서 시민들이 ‘난민 수용 집회’를 열고 제주도 난민을 수용할 것과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편, 같은 시각 세종로파출소 앞에서는 난대연의 난민 반대 집회에 반대하는 ‘난민 반대 반대 집회’가 열렸다. 주최쪽 추산 100여명(경찰 추산 70명)의 참가자들은 난민 반대 집회를 규탄하며 ‘난민 반대를 반대한다’, ‘정부는 유엔 난민 협약을 이행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쪽은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은 2014년부터 시작된 내전이 격화되어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가 제주도로 온 이들”이라며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조류는 인종차별적이고 배외주의적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난민에게 덧씌워지는 근거없는 공포는 ‘정치의 실패’이며, 결코 난민을 향한 혐오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권아무개(25)씨는 “한국 사회에서 예멘 난민을 보는 시선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일어나는 인종주의·극우포퓰리즘 정서와 맞닿아 있다”며 “설령 난민이 들어오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할 것이라는 실존적인 공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지 난민을 배척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비슷한 장소에서 열린 두 집회는 난민을 둘러싸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난민 반대 집회는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일반 국민’이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난민법·무사증 폐지 촉구 집회 게시물을 올리며 시작됐다. 21일 집회 소식을 처음 알린 글은 9일이 지난 30일까지 27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지지가 이어졌고, 27일 ‘불법난민외국인 대책국민연대’(난대연)가 공식적으로 결성되기도 했다. 난대연은 “제주 예멘의 난민신청자들을 비롯해 유럽의 난민 포용정책의 실패, 사회 혼란 가중 등 모든 문제의 원인은 허술한 난민법과 무사증제도 등 법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정치적인 목적이나 특정 이념,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안전한 한국을 위해 순수한 뜻을 가진 일반 국민들이 난대연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난민 반대 집회’에 ‘반대’하는 ‘난민 반대 반대 집회’ 공지도 페이스북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됐다. 집회 주최 단체인 ‘벽돌’쪽은 난대연의 시위 포스터를 본 따 ‘난민 겟 인’(get in), ‘난민의 목숨은 소중하다’(Refugee lives matter), ‘우리는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넣었다. 이들은 집회를 앞두고 공개한 결의문에서 “올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들은 지난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로 들어온 명백한 난민”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 반지성주의 등과 싸울 것이며,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예민 난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30일 오후 동화면세점 근처 세종로 파출소 앞에서 시민들이 ‘난민 수용 집회’를 열고 제주도 난민을 수용할 것과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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