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권력은, 그리고 우리는 가난과 싸울 수 없을 때 가난한 이들과 싸운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을 때 그 갈등을 부정하고 가장 힘없는 이들을 갈등 유발자로 낙인찍는다. 불평등과 싸울 수 없을 때 차별받는 이들의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그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2018년 한국의 예멘 난민 상황, 그 교과서적인 예를 본다. 예멘 난민들이 한국에 왔다. 정부는 출도제한조치로 이들을 제주도에 가뒀고, 이들은 곧바로 두려움과 편견의 대상이 됐다. 혐오세력의 가세와 더불어 무슬림 난민은 여성과 자녀의 안전, 일자리 보호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는 범죄 우려 등에 ‘특별순찰’ 등으로 답했고, 난민 추방 주장에 ‘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로 답했다. 보호받아야 할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국민에 대한 위협세력으로 낙인찍고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이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한국은 국가의 성립과 그 존립, 국가의 지도자, 국민의 보호를 국제적인 난민 보호에 의존해왔다. 일제의 박해를 피해 수많은 이가 중국행을 택했고 이들 중 일부가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4·3항쟁 당시 정부의 박해를 피해 1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유엔한국재건기구 등이 한국전쟁 당시 약 10년간 국내 실향민을 위한 구호활동을 펼쳤다. 5·16쿠데타, 유신과 군부독재 시절에도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난민이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실향민이었다. ‘한국 국민’인 다수의 탈북자가 난민으로 보호받고 있고 그 국제적 보호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많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인구 대비 난민 수용률은 세계 139위다. 한국의 2017년 기준 난민 인정률은 1.51%로 전세계 24.1%, 유럽연합 33%, 미국 약 40%와 크게 대비된다. 난민 인정의 핵심인 박해 가능성 입증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 난민심사관의 전문성 부족, 부실한 통역 등 난민 인정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공무원 제출 보고서만으로 하루 수백건을 심사하는 난민위원회는 이의신청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을 난민신청으로 보지 않고 난민절차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심사 및 부여 여부 모두를 법무부 장관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단기 취업 허가만을 허용하는 인도적 체류자격 제도 등도 문제가 심각하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과 취업 허가가 모두 당국의 재량사항이고 난민인정자의 경우에도 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사회통합 정책이나 법제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형식적인 난민 법제만이 존재했다. 국가적인 난민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박해의 위험에 처한 난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많은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멘 난민 상황으로 비롯된 공포와 편견이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박해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는 것처럼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인 것도 없다. 인권이 ‘문제’가 되는 때는 권력이 불편해하고 다수가 싫어할 때다. 결국 그 문제의 해결은 누군가의 용기와 행동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10월3일 개천절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 중학생들이 난민신청을 한 친구를 위한 집회를 연다. 곁에 있었기에 공포와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고, 함께해야 함을 배웠다. 정부 관계자들이 집회에 참여해 배웠으면 좋겠다.
칼럼 |
[세상 읽기] 한국과 난민, 그 슬픈 자화상 / 황필규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권력은, 그리고 우리는 가난과 싸울 수 없을 때 가난한 이들과 싸운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을 때 그 갈등을 부정하고 가장 힘없는 이들을 갈등 유발자로 낙인찍는다. 불평등과 싸울 수 없을 때 차별받는 이들의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그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2018년 한국의 예멘 난민 상황, 그 교과서적인 예를 본다. 예멘 난민들이 한국에 왔다. 정부는 출도제한조치로 이들을 제주도에 가뒀고, 이들은 곧바로 두려움과 편견의 대상이 됐다. 혐오세력의 가세와 더불어 무슬림 난민은 여성과 자녀의 안전, 일자리 보호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는 범죄 우려 등에 ‘특별순찰’ 등으로 답했고, 난민 추방 주장에 ‘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로 답했다. 보호받아야 할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국민에 대한 위협세력으로 낙인찍고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이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한국은 국가의 성립과 그 존립, 국가의 지도자, 국민의 보호를 국제적인 난민 보호에 의존해왔다. 일제의 박해를 피해 수많은 이가 중국행을 택했고 이들 중 일부가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4·3항쟁 당시 정부의 박해를 피해 1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유엔한국재건기구 등이 한국전쟁 당시 약 10년간 국내 실향민을 위한 구호활동을 펼쳤다. 5·16쿠데타, 유신과 군부독재 시절에도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난민이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실향민이었다. ‘한국 국민’인 다수의 탈북자가 난민으로 보호받고 있고 그 국제적 보호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많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인구 대비 난민 수용률은 세계 139위다. 한국의 2017년 기준 난민 인정률은 1.51%로 전세계 24.1%, 유럽연합 33%, 미국 약 40%와 크게 대비된다. 난민 인정의 핵심인 박해 가능성 입증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 난민심사관의 전문성 부족, 부실한 통역 등 난민 인정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공무원 제출 보고서만으로 하루 수백건을 심사하는 난민위원회는 이의신청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을 난민신청으로 보지 않고 난민절차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 심사 및 부여 여부 모두를 법무부 장관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단기 취업 허가만을 허용하는 인도적 체류자격 제도 등도 문제가 심각하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과 취업 허가가 모두 당국의 재량사항이고 난민인정자의 경우에도 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사회통합 정책이나 법제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형식적인 난민 법제만이 존재했다. 국가적인 난민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박해의 위험에 처한 난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많은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멘 난민 상황으로 비롯된 공포와 편견이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박해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는 것처럼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인 것도 없다. 인권이 ‘문제’가 되는 때는 권력이 불편해하고 다수가 싫어할 때다. 결국 그 문제의 해결은 누군가의 용기와 행동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10월3일 개천절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 중학생들이 난민신청을 한 친구를 위한 집회를 연다. 곁에 있었기에 공포와 편견을 극복할 수 있었고, 함께해야 함을 배웠다. 정부 관계자들이 집회에 참여해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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