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7 14:49
수정 : 2018.10.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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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낮 제주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인근 편의점에서 예멘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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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자 중 34명은 불인정…85명은 결정 보류
1년 동안 머물고 일할 수 있어…출도 제한 풀려
난민단체 “불인정 결정 거두고 다시 심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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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낮 제주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인근 편의점에서 예멘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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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에 집단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에 대한 2차 심사에서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339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4일 1차 심사 결과를 포함해 난민 신청자 481명 가운데 362명이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청장 김도균)은 제주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481명(철회 뒤 출국 3명) 가운데 458명에 대해 심사한 결과,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고,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심사 결정을 보류했다고 17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인정자는 없지만, 인도적 체류를 이렇게 대규모로 허가해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은 1년 동안 국내에 머물고 일할 수 있으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제주도 밖으로 나가는 ‘출도’도 허용된다.
제주출입국청은 “신청자들이 난민 협약 및 난민법상 난민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난민’으로는 불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예멘의 내전 상황, 구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난민법 제2조2항에 따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이들은 추방할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에서 ‘단순 불인정’ 처분을 받은 34명은 제3국에서 출생한 뒤 그 곳에서 계속 거주했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어 제3국으로 갈 수 있거나, 경제적 목적으로 신청했거나, 범죄 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경우였다고 출입국청은 밝혔다. 나머지 85명은 선원으로 취업해 나가있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하지 못한 16명,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이다.
결정 보류자 가운데는 난민 지위를 인정할 여지가 있는 예멘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균 청장은 “난민 지위 인정이 가능한 신청자도 있다. 다만 조사 기간이 더 필요해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민 신청을 한 일부 예멘인들이 소셜 미디어에 무장세력에 대한 지지글이나 총을 든 사진, 마약하는 사진 등을 올렸다는 국내 일부 매체의 보도나 소문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고 출입국청은 밝혔다. 출입국청이 10살 이상 난민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한 결과 4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단순 불인정 처리됐다. 범죄 혐의자의 경우에도 당장 추방해야 할 정도의 심각안 사안은 없었다고 출입국청은 밝혔다. 테러 단체 연루 혐의가 드러난 경우도 전혀 없었다.
총기 휴대 사진을 올린 난민 신청자 역시 큰 문제가 없었다고 출입국청은 결론내렸다. 김 청장은 “예멘 현지의 문화적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 남자로서 용감함을 과시하려고 총을 들고 사진을 찍은 사람도 있고, 결혼식 축하 행사에 갔다가 남이 가진 총기를 빌려서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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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기자회견 하는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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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체류가 허용된 예멘인들은 반색했다. 무엇보다 출도 제한이 해제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제주출입국청 인근에서 만난 예멘인 히잡(22)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는 “정말 출도 제한이 해제됐느냐? 그럼 서울에 갈 수 있는 거냐”며 환하게 웃었다. 3개월 간 어선 일을 하다 최근 그만뒀다는 히잡의 손목에는 일을 하다 다친 흔적이 보였다. 그는 “하루 12~18시간 일을 했다. 잠은 하루에 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함께 있던 3명의 예멘인들도 서울 등 대도시로 가고 싶다고 했다. 현재 제주에서 일을 얻은 예멘인은 214명으로 주로 양식업(84명), 어선업(26명), 요식업(31명) 등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단체인 난민네트워크·제주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는 “일부 예멘 난민들에게 내려진 근거없는 불인정 결정을 철회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심사를 다시 하라”고 촉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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