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2 11:34
수정 : 2018.10.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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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출장차 한국을 찾은 이시이 히로아키(58) 일본난민지원협회(JAR)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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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난민지원협회 이시이 히로아키 이사
1999년 난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공동설립
“난민 문제는 국제적 이슈, 한국과 일본도 예외 아냐
일본 난민제도 한국과 비슷…시민단체 교류 늘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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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출장차 한국을 찾은 이시이 히로아키(58) 일본난민지원협회(JAR)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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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부는 제주에 집단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9일 서울출입국청은 종교적 박해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이란인 중학생에 대해서는 난민 인정 결정을 내렸다. 난민 수용을 계기로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다수의 유럽 국가처럼, 한국에도 난민 문제는 어느덧 일상으로 깊이 틈입해 있다.
이런 상황은 같은 동아시아 국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에서는 특히 제주 예멘 난민 등 한국의 난민 인정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겨레>가 출장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난민지원협회(JAR·이하 난민협회)의 이시이 히로아키 이사를 지난 16일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유다.
난민협회는 일본에서 난민을 지원하는 가장 큰 규모의 시민단체다. 이시이 이사는 “난민을 포용하는 일은 앞으로 그 어떤 국가도 회피하지 못하는 국제적 이슈”라며 “난민과 관련한 법적 제도가 일본과 비슷한 한국의 여러 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시이 이사는 1999년 난민협회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보다 4년 전인 1995년부터 국제앰네스티에서 난민지원담당으로 일했는데, 이시이 이사는 당시 난민 이슈를 전담하는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앰네스티는 거의 모든 인권 이슈들을 담당하는, 백화점과 같은 단체였어요. 난민 지원 사업도 주로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한 법적 지원에만 한정되어 있었죠. 하지만 난민은 거의 모든 기본권이 박탈된 사람들이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법적 지원뿐만 아니라 생계·의료 등의 기본권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10명의 활동가들 모여 설립한 협회는 20년이 지난 지금 30명의 상근자가 일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비영리단체가 됐다. 정부 지원금은 난민을 위한 의료지원을 제외하고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며, 대부분 개인 후원금으로 난민을 위한 주거지원, 현지 적응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한다.
난민 문제에 한해서는 일본의 환경은 한국보다 훨씬 더 척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난민인정률이 한국(4.1%)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과 이스라엘뿐이다. 2018년 2월 일본 법무성 발표를 보면, 2017년 기준 일본은 난민 신청자수 1만9623명 가운데 20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난민 인정률이 0.2%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취업·학업비자 등의 비자는 오히려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은 여전히 국제적 기준보다 매우 낮죠. 난민협회도 15년 전부터 난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이시이 이사는 2011년 한국의 난민법 제정이 일본의 시민단체들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심지어 캐나다와 같은 국가도 난민과 관련된 법들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어요. 한국의 난민법은 법 그 자체로만보면 유럽보다 나을 정도로 국제 기준에 더 들어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법이 현실에서 실행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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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본난민지원협회 누리집 모습. 난민 지원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 모습이 담겨 있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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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인식은 그 나라의 역사적·사회적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이시이 이사는 우파 정권의 장기집권과 관료적 사회 분위기, 카르텔과도 같은 정언유착 등으로 인해 일본에서 난민 지원과 같은 진보적 활동을 하기 매우 척박한 환경이라고 전했다. 난민·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극우파들이야 오래전부터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표출해왔지만, 특히 젊은층에서 ‘외국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정서가 조금씩 강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어로 ‘난민’(難民)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된다. 때문에 ‘정치·경제·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아 그 나라를 떠난 사람’이라는 난민의 원래 정의보다 더 포괄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시이 이사는 “용어 특성상 ‘난민’이 원래 정의보다는 ‘어려운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기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잘 도와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히려 난민에 대한 편견이 덜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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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지난 6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동화면세점 근처 파출소 앞에서 시민들이 ‘난민 수용 집회’를 열고 제주도 난민을 수용할 것과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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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직면한 ‘인구 절벽’ 또한 난민 이슈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일본에서는 외국인들의 유입보다 인구 감소로 마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큰 경우도 있어요. 사회 유지를 위해 난민을 포함해 외국인들에 대한 포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죠.”
이시이 이사는 “다만 극우파의 혐오표현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난민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를 전달하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민단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300여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제주도를 통해 입국했다는 한국의 소식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작은 섬에 여태껏 없었던 대규모의 난민이 입국한다면 누구나 놀랄만한 상황이죠. 하지만 난민을 포용하는 일은 그 어떤 국가도 회피해선 안 되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난민을 포용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시이 이사의 마지막 당부다.
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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