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4 10:42
수정 : 2018.12.14 21:00
|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
제주외국인청,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최종 발표
484명 중 2명만 인정…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 불인정 56명, 자진출국 등 직권종료 14명
제주외국인청 “왜 인정했냐” 항의전화 시달려
“난민 심사제도 민낯 드러나…반면교사 삼아야”
|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예멘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지역에 집단으로 들어온 예멘인 난민신청자 가운데 0.41%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한국은 난민 인정률에서 최하위국에 머무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청장 김도균)은 제주도 내 예멘 난민신청자 가운데 심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던 85명 가운데 자진 출국해 심사를 직권 종료한 11명을 뺀 74명을 심사한 결과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인정을 하기로 한 2명이 언론인 출신으로서 후티 반군 등에 비판적인 기사 등을 보도해 후티 반군 등에 의해 납치, 살해 협박 등을 당했고, 앞으로도 박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9월14일 1차 결정 때 인도적 체류허가 23명, 직권종료 3명, 10월17일 2차 결정 때 인도적 체류허가 339명, 단순 불인정 34명 등을 포함해 지난 4월 이후 출도가 제한된 예멘 난민신청자 484명에 대한 심사가 끝났다. 최종적으로는 난민 인정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 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이다.
제주외국인청은 이들에 대한 심사 과정에서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에 의한 면접 △면접 내용에 대한 국내외사실검증 △국가 정황 조사 △테러 혐의 등 관계기관 신원검증 △엄격한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 엄정한 검증 절차를 거치고 다수의 중동 전문가 등을 비롯하여 각계 전문가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심사 대상자 가운데 난민협약 및 난민법의 난민 요건에 해당하는 2명에 대해서는 박해 관련 제출 진술과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증 절차 및 관계기관 신원검증 등을 거친 뒤 난민 인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난민 인정자들은 언론인들이다. 난민신청자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6명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2명이 난민으로 인정된 것이다. 김 청장은 “난민을 심사할 때는 개인의 직업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신청자가 난민 인정 요건인 5대 박해 사유로 인해 박해받을 가능성만을 보게 된다. 이번 난민 인정된 예멘인들은 이들의 기사 등으로 인해 납치나 살해 위협받은 사실 등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내전이나 강제징집을 피해서 임시 피했으며, 기자들처럼 정치적 박해의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5대 박해 사유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
지난 6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위해 열린 취업 설명회에 참가한 예멘인들. 허호준 기자
|
예멘 난민신청자들 가운데 불인정자는 모두 이의신청을 했으며, 이번 불인정자들도 이의신청할 것으로 외국인청은 보고 있다.
이번 난민 인정이나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에 대해서는 출도제한 조치가 해제된다. 출도제한 조치 해제 이후 체류지를 바꾸게 되면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체류지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 5일까지 이미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362명 가운데 251명이 출도해 다른 지방에서 체류 및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26명이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는 예멘인 ㄱ씨는 “최근 진행되는 예멘 평화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궁금하다. 한국 정부의 조처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기준을 통해 난민 인정자를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분간 일이 없어 쉬고 있다는 예멘인 ㅇ씨는 “오늘 예멘인들에 대한 난민 심사 최종 결과를 알았다. 인도적 체류허가도 좋은 조처이지만, 난민으로 인정되면 더욱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한다. 크리스마스 이후에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난민심사 발표가 있자마자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인권 침해당했다거나 국민안전을 고려하느냐고 항의하는 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난민 인정자가 2명밖에 안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지난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 1.7%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멘의 경우 오히려 전쟁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특별한 일이 없어도 박해의 위험이 훨씬 크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단순 불인정자의 경우에는 사유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예멘에서 전쟁이나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이들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예멘 난민 심사를 통해 한국에서의 난민 심사제도의 미비한 부분들이 드러난 계기가 됐다. 정책적 개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