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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2 20:39 수정 : 2018.07.23 17:52

계속되는 폭염으로 노동현장엔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8일 한 건설현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피해 속출해도 정책적 지원 없어
태풍·홍수·지진처럼 법에 명시 땐
보상·구호 등 정부 적극대응 가능
“개정안 이미 발의돼 통과 도울 것”

계속되는 폭염으로 노동현장엔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8일 한 건설현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폭염을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되면 태풍, 홍수, 지진처럼 폭염 때도 피해 보상이나 구호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고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이 여러 건 발의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법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찬성 입장을 내는 등 관련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라고 22일 말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는 ‘자연재난’을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의 추락·충돌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지만 폭염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폭염으로 열사병 등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가축 집단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해도 다른 자연재난과 달리 보상이나 구호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폭염을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은 최근 꾸준히 이어져왔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관련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이런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왔다. 2016년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재난안전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실질적 지원을 위해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명시할 경우, (폭염 피해가) 폭염 피해자의 기저질환(지병) 등으로 인한 것인지 인과 규명에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법 개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기존 입장과 달리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폭염 피해가 전국적으로 퍼진데다 온열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적극적으로 폭염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1일만 해도 경북 봉화에서 폭염 속에 예초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숨졌고, 충남 홍성에서도 20대 남성이 폭염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올해 5월부터 지난 21일까지 발생한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모두 1043명(사망 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6명(사망 5명)에 견줘 갑절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엔 5~9월 모두 15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온열환자는 5~9월에만 발생한다. 21일 봉화와 홍성에서 숨진 2명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로 판명되면 올해 폭염 사망자 수는 벌써 12명으로 지난해 폭염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폭염 피해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당의 주문도 정부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폭염은 재난으로서 노인, 영유아, 노숙자 등 사회취약계층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우선순위로 두고 복지 차원에서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폭염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는 그 유족이나 피해자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가축이나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일정 비율의 재난복구비용도 지원된다. 다만, 폭염에 따른 피해가 큰 분야로 손꼽히는 농업 분야의 경우, 폭염 피해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이미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김경욱 김일우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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