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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5 04:59 수정 : 2018.07.25 09:21

23일까지 온열환자 1303명…경북 영천 40도 돌파
문 대통령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해 관리해야”
지자체 ‘폭염과의 전쟁’…모든 공무원 ‘재난 도우미’

세종소방본부가 지난 23일 폭염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 농촌 들녘 등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세종소방본부 제공
24일 경북 영천이 40도를 넘었다. 전국이 거대한 불가마 안에 들면서 지방정부들은 폭염과의 전쟁에 나섰다.

밖에서 태양과 싸우며 일하는 사람들은 열사병 등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한 의경이 근무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 포천시 영중면 한 공장에선 60대 노동자가 38.9도까지 열이 오르며 경련을 일으켰다. 안산시 상록구 공장에서도 40대 남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23일 ‘119구급활동 일일상황보고’를 보면, 전국 온열환자 구조 출동사례 49건 중 36건이 길가나 밭, 공사장, 차 안에서 열사병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었다.

지방정부들은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며 현장 관리에 나섰다. 충북 청주시는 24일 수동 인력시장 옆 건물 2층(130㎡)에 냉방·음료·편의 시설 등을 갖춘 ‘건설노동자 쉼터’를 마련했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야외작업 노동자 보호 기간을 설정해 오후 2~5시에 노동을 하면 1시간 휴식을 하고, 섭씨 35도 이상이면 옥외작업을 중단하도록 조처했다. 부산 부전~마산 철로 건설 노동자 채아무개(49)씨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식염 포도당을 입에 털어 넣고 일한다. 너무 덥다. 물 많이 마시고, 틈틈이 쉬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서 우럭 50만마리를 키우는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박평운(58)씨의 양식장에 설치된 액화산소공급기. 박평운씨 제공
열악한 주거 환경의 취약계층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서울 강남소방서에는 “고시원에서 70대 남자가 고열에 탈진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영등포소방서도 고시원에 거주하는 50대 남자가 온열질환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는 “고시원 실장들이 기척이 없는 방의 문을 두드렸더니 탈진 상태에 빠져 있어 신고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는 사회복지사, 공무원, 통·반장 2만47명을 재난 도우미로 지정했다. 이들은 취약계층의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한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는 폭염경보가 내리면서 간호사들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취약가구들을 방문한다. 이 보건소에선 매일 간호사 1명당 취약가구 8곳씩을 직접 방문해 살피고 있다. 양주영 방문간호사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식사도 잘 못하고 종일 누워만 있는 노인들이 많다. 자신들이 더운 줄도 모르지만, 고혈압·당뇨 등 합병증을 가진 환자가 많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23일까지 전국에서 1303명이 온열질환을 일으켜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제 폭염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폭염 위기관리 매뉴얼, 폭염 피해 보상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폭염이 길어지자 강원소방본부가 경로당 등 취약지 주택가·도로 등에 소방차를 이용해 ‘사랑의 비’를 뿌리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서 우럭 50만마리를 키우는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박평운씨의 양식장에 설치된 액화산소공급기. 박평운씨 제공

전남 여수시가 양식장 어류 떼죽음을 막기 위해 가두리 양식장 어가에 지원한 액화산소통. 여수시 제공
전북 전주 특산품 한지의 특성을 살려 전주한옥마을에 설치한 그늘막. 전주시 제공

관광객들의 청량감을 위해 전주한옥마을에 비치된 대형 얼음. 전주시 제공
도로가 뜨거워지면서 각 도시는 도로에 물을 퍼붓고 있다. 서울시는 6월24일부터 7월24일까지 14차례에 걸쳐 살수차 939대를 동원해 4만8025t의 물을 뿌렸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소방차·소화전을 활용해 냉방 취약 주택가·경로당 주변 도로와 마당을 식히는 ‘사랑의 비’ 530t을 뿌렸다. 인천시는 지난 15일부터 고압 살수차 24대를 동원해 주요 도로에 물을 뿌려 거리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다. 15~23일 물을 뿌린 도로 길이는 2066㎞에 이른다.

가축과 양식 물고기들도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서 우럭 50여만마리를 가두리에 양식하는 박평운(58)씨는 액화산소용기로 양식장에 산소를 공급하고, 그늘막 3개를 쳤다. 여수시는 4억원을 들여 그늘막 788개와 액화산소통 116대를 지원했다. 여수 해역엔 고온에 취약한 우럭 5200여만마리가 양식되고 있다. 전남도도 10억원을 들여 액화산소·그늘막을 공급했다. 전창우 전남도 양식어업팀장은 “고수온에 적조까지 겹치면 양식 어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142만8천마리의 돼지와 닭, 메추리 등이 폐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닭이 133만2천마리, 오리 6만7천마리, 메추리 등 2만1천마리, 돼지 8천마리였다.

오윤주 방준호 성연철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화보] 폭염, 전국이 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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