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9 09:21
수정 : 2018.07.30 20:19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8. 홀로의 애물단지, 계절 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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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에어컨뿐 아니라, ‘계절 가전’은 홀로들에겐 애물단지다. 공기 청정기, 제습기 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빼기를 반복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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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와.”
“…”
“저기요. 여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
지난해 여름 내내 집안의 ‘왕따’였다. 가족 단톡방에 “날 보러 오라”고 목놓아 외쳐도 아무도 답을 안 했다. 그 시끄럽던 언니는,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던 엄마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너희 집 더울 것 같아!” 그렇다. 지난 여름, 가족들이 나를 멀리한 이유는 바로 우리 집에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서러워라.
처음 독립했을 때부터 에어컨은 집을 고르는 데 필수 사항이었다. 주로 오피스텔을 전전했기에 기본 장착된 곳이 많아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지난해 처음, 에어컨이 장착돼있지 않은 곳으로 이사하면서 에어컨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 달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홀로’들이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애물단지였다.
1년에 기껏해야 한 달 사용하려고 그 비싼 값을 지불하며 11개월을 모셔두는 게 비효율적이었다. 전기료, 기계값도 그렇지만, 특히 이사 잦은 홀로들에게는 수십만원씩 하는 이전비가 부담이었다. 또 혹여 기본 장착된 곳으로 다시 이사하게 되면 이 비싼 놈은 처치 곤란이다. 청소며 가스 주입이며 요리조리 따져봐도 에어컨 구매에 도무지 지갑이 안 열렸다.
혼자라서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눈 뜨면 나가고 해 지면 들어오는데 무슨. 무엇보다 집이 산과 가까워 창문 다 열어놓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했다. 너무 더울 땐 생활에서 터득한 ‘꿀팁’이 있지 않나. 샤워하고 창문 열어놓고 얼음 하나 입에 물고 선풍기 앞에 앉아 있으면 세상 시원하다. 홈쇼핑에서 파는 ‘누워만 있어도 시원하다’는 쿨매트 등 할 건 다 해봤다는 ‘홀로 고수 친구’는 작은 생수병을 얼려놓고 더울 때 꺼내 얼굴 등에 갖다 대는 게 가장 시원하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얼음찜질팩을 사용해도 좋단다. 바스켓에 얼음물 담아 발 담그고 티브이 보는 게 행복이라는 남자 사람 친구도 있다.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햇볕을 가리고, 전기 코드를 다 빼놓으면 집안 온도가 내려간다지 않나. 그래도 더우면? “못 견딜 땐 카페로 고고씽!” 홀로들의 합창이다.
생각해보면 에어컨뿐 아니라, ‘계절 가전’은 홀로들에겐 애물단지다. 공기 청정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굳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 장마철에 제습기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지만, 얼마나 쓸까 싶어 장바구니에 담고 빼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계절 가전은 왜 다 비싼 건지. 가족들이 있어서 본전 뽑을 정도로 사용하면 모르겠지만, 몇번이나 쓸까 싶어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홀로들을 위해, 홀로만을 위한 실용적인 계절 가전을 뽑아주면 안 되나요? 그래서 이동식 에어컨이 있다고요? “너무 시끄러워요!”(친구1) “그것도 비싸요.”(친구2)
뭐 어쨌든, 에어컨은 애물 단지라는 나의 신조는 가족 단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1주일 쓰려고 1년 내내 거실에 ‘모셔두고’ 살아야 한다니 ‘절대 노노’라며 “그래 두 달간 모두 안녕”을 당당하게 외쳤더니, 가족들이 알아서 에어컨을 주문해 설치하고는 당장 이번 주 언니와 조카가 놀러 온단다. 뭐지, 이 은근슬쩍 올라오는 안도감은. 홀로는 홀로지만 홀로가 아니다. 사랑해요 가족!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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