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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30 12:57 수정 : 2018.07.30 21:03

인견 소재의 러닝셔츠. 남영비비안 제공

‘아재 패션’‘패션 테러’ 외면받던 러닝셔츠
최근 기록적 폭염 탓 직장인들 사이서 인기
땀 흡수·냉감 내세워 업체들 홍보 열 올려
일부 제품 품절…“더위가 쿨비즈 산업 동력”

인견 소재의 러닝셔츠. 남영비비안 제공
은행에서 일하는 정아무개(41)씨는 평소에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 사시사철 긴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야 하는 등 양복을 반듯하게 갖춰 입어야 하는 은행 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양복을 입을 때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 건 일종의 의복 매너다. 이랬던 정씨가 최근 ‘항복’을 선언했다. 기록적인 폭염 탓이다.

“출근하는데 와이셔츠가 전부 땀 범벅이 됐다. 퇴근 길에 모바일로 러닝셔츠를 주문한 뒤 요즘 입고 다닌다. 러닝셔츠를 입은 것이 군대 이후 20년 만이다”고 정 씨는 말했다. 더위에는 신사의 체면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한동안 ‘아재 패션’, ‘패션 테러’등의 조롱의 대상이었던 러닝셔츠가 최근 부활하고 있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더워지자, 일부 제품은 품절 사태까지 낳고 있다. 의류업체들도 앞다투어 ‘땀 흡수’ 기능을 내세운 기능성 러닝셔츠 판매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30일 ‘젠토프’라는 남성전문 속옷 브랜드를 운영하는 남영비비안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시된 땀 흡수와 냉감 기능이 있는 인견 소재의 러닝셔츠가 이날 현재 출시 물량의 60%가 팔렸다. 이러한 기능성 러닝셔츠 판매율이 전체 러닝셔츠 판매량의 40%에 육박한다.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러닝셔츠를 기피하던 젊은 직장인들도 최근 땀으로 얼룩진 셔츠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상 고온이 지속할 경우 판매량이 더 늘어 품절 사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봉제선이 보이지 않는 심리스 제품. 유니클로 제공
한국보다 덥고 습한 일본에선 일찌감치 기능성 러닝셔츠가 대세를 이뤘다. 특히 땀 흡수와 냉감 기능을 앞세운 유니클로의 에어리즘 제품은 한국서도 인기가 높다. 러닝셔츠를 입었다는 게 밖에서 보이지 않는 ‘심리스’ 라인이 잘 팔린다. 피부색과 유사한 색과 봉제선이 없는 특징 때문에 의복 매너를 중시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필수템’으로 불릴 정도다.

한 대형마트의 사무직 직원은 “최근 땀이 너무 나서 러닝셔츠를 사려고 살펴보다 피부색과 유사한 제품이 있어 사게 됐다”며 “사람들이 입었는지 몰라볼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 제품은 현재 미디엄(M)과 라지(L) 같은 인기 사이즈의 제품이 대부분 동난 상태다.

러닝셔츠 판매와 더불어 그동안 금기시되던 남성 직장인용 반바지도 덩달아 잘 팔린다. 엘에프(LF)의 남성복 브랜드인 티앤지티(TNGT)는 올 여름 더위가 유난히 심해지자 반바지 제품의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렸다. 엘에프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반바지 판매율이 20% 증가한 상황”이라며 “아직 남성 직장인들이 반바지 입는 것을 꺼리는 문화이지만, 폭염이 지속할 경우 시원한 비즈니스 복장인 ‘쿨비즈’ 아이템이 의류 업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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